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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이번이 몇번째더라? dslr을 사고 제일 처음 출사랍시고 나갔던 곳이 선유도였다. 그리고 그 후에 몇 번인가 더 갔었고... 오늘은 봉은사를 갈까하다가 복장문제로(삼성동에 또 그런지패션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선유도로 방향을 잡았다. 날이 좋고 사람들도 많았다. 어제 많은 것을 내려놔서인지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편하게 찍었다. 찍은 거 맘에 들때까지 찍고 또 찍고, 렌즈 바꿔 다시 한 바퀴, 또 바꿔 다시 한 바퀴....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찍고 또 찍고.... 엉성한 포즈로 주변의 눈총을 무시하며 또 찍고 찍고..... 해서... 지운 거 합치면 한 500장은 찍은 듯하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랄까? 생각해보면 몇박 여행가도 이정도는 안 찍었던듯한데 말이야...
떠날 때가 되어서 짐을 다 보낸 날에 비가 점심무렵부터 그리 바람과 함께 내려왔다. 오래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그런 날이라고 그리 정해진 날이라고. 떠나는 날이라고. 달아나지 못하고 바로 떨어진 몸뚱이 위로 빗물은 쏟아지고 아직 때가 되지 못한 어린 잎들과 이웃꽃들이 함께 누웠다. 고인 웅덩이에서 헤엄치면서 슬픈 눈으로 아직 곱게 웃는 순진한 내 친구야 어린 너에게도 삶은 참으로 애달프구나. 그래도 서로 어깨를 기대고 함께 있는 짧은 지금. --------------------------- 그런 순간이 있다. 지금 이건 꼭 찍어야 해. 내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숨이 막히도록 인상적인 그런 순간이. 비에 벚꽃 꼭지(?)와 수수꽃다리, 어린 단풍잎, 은행잎들이 우수수~~떨어졌다. 퇴근길에 똑딱이로 찍..
초속 15cm라며 떠난 올레길에선 사람들은 내 뒤에서 와 내 앞을 가로질러 바쁜 걸음들을 옮겼다. 정말이지 느린 나의 걸음이 가끔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니까 나만의 속도로 걸으며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던 것도 그런 이유였으니까. 사람들마다 빠르기는 다른 것이고... 남을 부러워하거나 나를 답답해하는 건 스스로 불행해지는 길. 하지만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에는 미안함에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달팽이의 운명....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산행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건 나에겐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나를 앞질러 갔던 사람들은 그들만의 풍경을 찾았을까? 사진 속의 사람들...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올레길에 만났던 사람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