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그리 설운 비가 오더니 본문
떠날 때가 되어서 짐을 다 보낸 날에 비가 점심무렵부터 그리 바람과 함께 내려왔다.
오래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그런 날이라고
그리 정해진 날이라고. 떠나는 날이라고.
달아나지 못하고 바로 떨어진 몸뚱이 위로 빗물은 쏟아지고
아직 때가 되지 못한 어린 잎들과 이웃꽃들이 함께 누웠다.
고인 웅덩이에서 헤엄치면서 슬픈 눈으로 아직 곱게 웃는 순진한 내 친구야
어린 너에게도 삶은 참으로 애달프구나.
그래도 서로 어깨를 기대고 함께 있는 짧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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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이 있다. 지금 이건 꼭 찍어야 해. 내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숨이 막히도록 인상적인 그런 순간이.
비에 벚꽃 꼭지(?)와 수수꽃다리, 어린 단풍잎, 은행잎들이 우수수~~떨어졌다.
퇴근길에 똑딱이로 찍다가... 안되겠다싶어서 집으로 뛰어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이랄까? 지금 안찍으면 다신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느낌.... 요즘엔 꽃을 봐도 '내년에 또 피면 그 때 찍지, 뭐.'하는 판이니;; 수수꽃다리와 벚꽃이 함께 피고, 이렇게 비바람에 한꺼번에 떨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늦은 시간인데다가 양손을 못쓰니 맘 먹은대로 안찍혀서 좀 속이 상하긴하지만... 그럭저럭 맘에 드는 사진들이 나왔다. 비 안맞으려고 대충 찍어서 보정이 과한 게 문제지만.
좀 우울한 느낌의 사진이긴하지만...하하하;;;;; (롤러코스터 노래를 틀어놓고 보정하다보니....기분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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