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출사지 (5)
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오랜 만에 간 경복궁... 어슬렁거리다보니 4시30분이 넘었다. 몰랐는데 5시 폐장. 사람없는 궁전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앞쪽에 있는 처자 둘이 갈 생각을 않았다. 처음엔 금방 가겠지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이 다들 나가는데 아예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결국 궁궐안에는 그 처자들과 나만 남았다. (일하시는 분들은 제외) 하지만... 일어나질 않는다. 결국 10여분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나왔다. 징한 처자들... 어떤 사진을 찍으려고 그리 열심이었는지 궁금하오...
해바라기가 몽땅 동향이라서 해를 등지고 있는 바람에 사진이 맘대로 찍히질 않았다... 철로변을 따라 길게 심겨있어서 넓게 찍기도 힘들었고... 인물사진 찍기는 아기자기 좋지만 풍경사진 찍기는 내실력으론 힘든 곳....이었다.
길동생태공원에서 큰 길만 건너가면 언덕 위로 허브천문공원이 있다. 여러 가지 허브를 키우고 있는 이 곳은 아직 제대로 자리 잡히진 않은 듯 하지만 고즈넉하고 매우 분위기 있는 곳이다. 우레탄바닥을 깔아 더운 날엔 냄새가 고약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냄새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원 곳곳과 관리동 안에는 관람객을 위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영화상영 등의 행사도 벌어진다고 한다. 주변에 불빛이 없는 곳이라 별을 볼 수 있도록 편안한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오후에 시간이 나는데 비가 멈추길래 앗싸~하고 나선 길... 152번까지는 잘 탔는데 그 다음에 어찌 타야할지 몰라서 무작정 걸었다. 한 1.6km쯤? (일반인 걸음이라면...30분이겠지만;;;) 버스를 몰라서 몇대나 보내고 보내고 보내고.... 간신히 올라타니 비가 떨어지기 시작... 버스에서 내려 걸어들어가는데 생각보다 꽤 깊이 있었다(유원지가 다 그렇지만) 처음엔 그냥 '오늘은 위치나 알아두자'라는 오기로 갔는데 간 김에 둘러보자 싶어 좀 돌아다녔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조형물들이 있는 곳은 산이라서 혼자 다니기도 무섭고 해서 발을 되돌렸다. 택시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 무척 고민하다가 그냥 버스를 타고 왔다. 다음에 갈 땐 쉽게 갈 수 있을 듯 하다. 버스로 돌아다는 거...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