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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소리가 나지 않는 피아노 노래할 수 없는 새 빛날 수 없는 태양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는 것 그리하여 그 가치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 것
하지에 가장 멀리 놀러나갔던 해는 점점 날이 짧아지며 남으로 남으로 움츠려듭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그냥 더 가지 말고 쉬자고 하는 것일까요? 휴일도 없이 1년 365일 일하는 해이니... 그정도 농땡이는 봐줘야 할지도요.
마주치지 않는 시선의 편안함. 부담없이 바라보는 즐거움. 소란없이 고요한 시간. 비록 교감은 없어도 아니, 교감따윈 없기에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될 수 있는 너의 뒷모습. 역시 보정이란.........ㄷㄷㄷㄷㄷㄷㄷ
예전 어떤 노래처럼 집에 오는 길은 가끔 너무 길다. 문을 열고 열쇠를 가방에 넣고, 환기를 시키며 손목시계를 풀고 가방을 내려놓는다. 룸메이트의 안위를 잠시 살피고 하느작하느작 작음 움직임에 안도의 숨을 쉰다. '아직 살아있구나.'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지운다. 그리고 대충 때울 끼니를 준비한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스치며 하루가 끝나면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듯한 허망함에 잠시 우울해진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마음과 다 귀찮다는 마음.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과 다 귀찮다는 마음. 숨을 쉬고 내일을 걱정하는 것조차 다 귀찮다는 마음. 항상 이기는 것은 귀찮다는 마음, 학습된 무기력. 온기를 그리면서도 그것이 내것이 아닐 것임을 미리 예상하고, 한달을 일년을 평생을 미리 그리는 최악수. 무기력이란 ..
지나가는 자동차소리, 아이들의 노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의 소리.... 흐려져가는 하늘아래에 저녁이 천천히 다가오면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끝을 알린다. 카메라를 들고 올라선 옥상은 예전처럼 퀴퀴한 물냄새와 돌아가는 팬의 소리로 나를 맞는다. 물끄러미 바라본 하늘 끝에 천천히 바람을 따라 옷을 벗는 것처럼 천천히 흩어져가는 먼 구름이 조그맣게 귓 속에 속삭인다. ".... 여기 함께 있다면 좋을텐데." 넓어져가는 어두운 구름은 조금 남은 석양을 꿀꺽 삼키고 남은 구름을 거칠게 잡아 흔든다. "시끄러워! 그만 해!"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듯한 하루.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 그 끝에 구름은 다시 한 번 마음을 흔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내일은 흐릴거야. 아침부터 쭉. ------------ 오랜만..
낯선 곳에서의 마주침일지라도 약간의 웃음을 보여주면 안될까? 난 너를 만나 미소를 보였는데 넌 나를 보며 당황스러워할뿐이구나.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런 사이이지만... 그러니까 웃어주면 안되겠니? 어쩌면...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표정도 어쩌면 나의 기억과는 달랐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보는 너의 표정도 너의 의지와는 달랐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