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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떠날 때가 되어서 짐을 다 보낸 날에 비가 점심무렵부터 그리 바람과 함께 내려왔다. 오래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그런 날이라고 그리 정해진 날이라고. 떠나는 날이라고. 달아나지 못하고 바로 떨어진 몸뚱이 위로 빗물은 쏟아지고 아직 때가 되지 못한 어린 잎들과 이웃꽃들이 함께 누웠다. 고인 웅덩이에서 헤엄치면서 슬픈 눈으로 아직 곱게 웃는 순진한 내 친구야 어린 너에게도 삶은 참으로 애달프구나. 그래도 서로 어깨를 기대고 함께 있는 짧은 지금. --------------------------- 그런 순간이 있다. 지금 이건 꼭 찍어야 해. 내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숨이 막히도록 인상적인 그런 순간이. 비에 벚꽃 꼭지(?)와 수수꽃다리, 어린 단풍잎, 은행잎들이 우수수~~떨어졌다. 퇴근길에 똑딱이로 찍..
초속 15cm라며 떠난 올레길에선 사람들은 내 뒤에서 와 내 앞을 가로질러 바쁜 걸음들을 옮겼다. 정말이지 느린 나의 걸음이 가끔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니까 나만의 속도로 걸으며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던 것도 그런 이유였으니까. 사람들마다 빠르기는 다른 것이고... 남을 부러워하거나 나를 답답해하는 건 스스로 불행해지는 길. 하지만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에는 미안함에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달팽이의 운명....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산행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건 나에겐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나를 앞질러 갔던 사람들은 그들만의 풍경을 찾았을까? 사진 속의 사람들...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올레길에 만났던 사람들... 모두..
다른 이들에게는 추웠을 나의 계절이 지났다. 이제 모두가 기다리던 봄. 나의 계절을 누려보지 못하고 지나보낸 내 마른 가지 위에도 봄의 햇살은 쏟아진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시절이 있으리라. 돌아보면 그리운 그런 계절이 있으리라.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나에게도 분명 있으리라. 바람이 이제 나부낄 것도 없는 마른 가지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돌아오지 못할 그 계절에 길고 긴 안부를 마음 속으로 전하여 본다.
괜찮아... 곧 봄이 올꺼야. 그러니까 그 때까지만 버티면 돼. 포기하지만 않으면 돼. 하지만... 살아있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리는 슬픔은.... 또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장식장에서 물건을 찾다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캔디통... 선물로 받은 초콜릿이 들어있었지. 그래, 여기에 뭔가를 넣어두었었는데.... 흔들어 보니 소리가 난다. 덜그럭덜그럭... 들어있던 것은 옛날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들. 버리기 싫어서 잘 간수해두었던 추억의 조각들. 한 때 몰려다니던 일당들과 계획도 없이 갑작스레 훌쩍 떠났던 제부도. 내리 쬐는 햇살 속에서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조개를 주웠다. 저마다의 생각으로 복잡했을지 모를 그 짧은 여행에서 나는 멋모르고 그냥 좋았다. 이제는 다들 사는데 바빠서 얼굴보기도 힘들지만....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 다들 참 행복해보인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행복해보인다. 내 기억 속엔 아직도 그 뜨겁던 햇살과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남아있다. 그 사람..
서로 마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약간만 고개를 돌리면 눈길이 닿는 곳에 서로가 있어서 그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았답니다. 정말? 과연? 설마? 흠.... ============== 장소는 홍대 앞. 사실 의자 뒤쪽의 연두색 카센터간판때문에 난감했더랬는데 스폰지툴을 이용해 묻어버렸다. 크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