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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내가 제주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하늘이다. 짧은 비행시간 동안 운이 좋으면 정말이지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서울에서 제주까지의 하늘. 너무 맑지 않은 날엔 더욱 운치있다.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은 정말이지.... 이번엔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간 덕에 (노리긴 했지만) 석양을 볼 수 있었다. 좌석을 지정하지 않은 탓에 가운데 쪽에 앉게 되어서 어쩌나~고민하다가 빈 자리가 나는 걸 보고 냉큼 좌석을 바꿔 앉았다.(바꿔 앉아도 되냐고 타자 마자 물어봐서 승무원들에게 미안했음;;) 투어익스프레스로 예약을 하니 이런 점이 아쉽다. (이스타는 좌석지정되는데....) 건진 건 몇 장 안되지만, 그래도 두번째로 멋진 구름 위 사진이다. ^^
올레 13코스의 시작점이자 김대건신부 기념관이 있는 용수포구는 무척이나 작고 조용한 포구이다. 예전 13코스를 걸을 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곳이어서 꼭 한 번 자보리라 마음 먹었던 곳.... 그래서 일부러 하루를 내서 찾아갔다. 용수포구에는 두개의 펜션이 있는데, 게스트하우스도 겸하고 있다.(나는 게스트하우스 안들어가고 펜션방에서 잤음;;;;;;) 두 펜션을 모두 한 곳에서 운영한다. 육지에서 사시던 분들이 운영하시는데, 장소가 장소인지라(카톨릭 성지)식당에는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운 좋게도 좋았던 날씨 덕에 동네 구경도 멋졌고, 저녁노을도 좋았고, 옥상에서 밤에 본 별도 좋았다.(찍는데는 실패...OTL) 멀리 보이는 한라산도 좋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점이 정말정..
제주를 떠나 이번 여행의 목적 중의 하나였던 비양도에 도착한 날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대는 날이었다. 예전 올레를 하느라 끄트머리를 잠시 스쳐갔던 한림항은 생각보다 많이 큰 항구였고 워낙 바람이 심한 터라 배들이 많이 정박해있었다. 어디에 묵을까 망설이다가(한림게스트하우스를 생각했는데 공사중이라고 해서리;;) 인터넷에서 보았던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가격은 매우 만족스러움. 고시원급인 좁디좁은 게스트하우스 1인실에 있다가 넓은 방-개별화장실이 있는-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정말 색달랐다. 게다가 무엇보다 따뜻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지독한 우풍으로 며칠동안 몸과 마음이 다 피폐해졌...ㅡㅠ)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전망이 별로고 뭔가 여관스러운 분위기가 심각하게 나는데다가(여관이니 당연하지.ㅡㅡ;..
내 기억으로 오설록에 가 본 건 2번.(3번일 수도 있음) 이번까지 하면 3번이다. 대부분 당연히 차를 타고 가기 때문에 가는 동안 졸고, 내려서 좀 먹고, 근처 휘릭 보고 다시 차타고 오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번에는 올레를 하다 들린김에 아주 뽕을 뽑자고 많이 돌아다녔다. (차밭이 어마어마했다) 이 날은 날씨가 협조를 많이 해준 덕에 얼굴이 타 타버렸....ㅡㅡ;;;; 그래도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 일품이었다. 오설록을 찾아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위쪽까지는 둘러볼 생각들을 안하는데, 시간 나면 꼭 둘러보길 권하고 싶다. (날씨 좋은 날만 권장함) 능력이 된다면 봄이나 가을에 아침 일찍 가보고 싶은데....뚜벅이에겐 무리겠지. ㅡㅡ;;;
들어가려고 한림항에 가기까지 했지만 결국 가지 못했던 비양도. 그 비양도는 안들어갔지만 우도의 비양도는 들어갈 수 있었다. 날씨가 역시 "메롱메롱 죽겠지+캬캬캬 죽어라"를 날리던....쿨럭.... 하지만 빛내림은 예뻤다.
너무 일찍 찾아가서 야경을 제대로 못봤다.(멀리서만 봄) 날씨가 워낙 구질구질했음.... 마지막 사진 보면 알겠지만 바로 옆에다 큰 항구-그것도 무지 못생긴-를 만들어서 정말 볼품없다...(기름 보이는가?ㅡㅠ) 옛날 보았던 서귀포항의 멋은 사라진지 오래고....에휴..... 새섬은 한바퀴 돌아보는데,항구쪽으론 정말 볼 거 없고, 아직 어수선해보였다. 범섬쪽은 좀 나았지만...역시 날씨가 협조를 안해줬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게 한 것이라면 올레14-1코스를 걸은 것일거다. 길이 참 다이나믹했다. 월령공주에 나오는 숲 속을 걷는 기분이었달까... 끝도 없이 펼쳐진 곶자왈(제주의 원시림을 부르는 말이란다)이 순간 공포로 다가오기도 했다. 아무튼... 멋졌다. (중간까지만 걸어서 더 멋졌겠지.ㅋ) 걸으면서 생긴 사건 하나. 14-1코스에는 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철제문이 있다. 이 문은 열고 닫을 때 꽤 큰 소리를 낸다. 이번 올레를 할 때 내 앞이나 뒤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숲속 코스 초반쯤에서 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속으로 '아, 누가 뒤에 따라오나보다...'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사진찍으면서 걷느라(건진 건 거의 없지만) 꽤 느리게 걷는데,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데도 아무리 기다..
바람이 하도 세서 눈이 아파 혼났던 해안도로. 풍차 찍는 방법은 좀 더 알아봐야할 듯;;; (아니면 시간대를 바꾸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