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비양도가 보이는 한림항에서 본문
제주를 떠나 이번 여행의 목적 중의 하나였던 비양도에 도착한 날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대는 날이었다.
예전 올레를 하느라 끄트머리를 잠시 스쳐갔던 한림항은 생각보다 많이 큰 항구였고 워낙 바람이 심한 터라 배들이 많이 정박해있었다.
어디에 묵을까 망설이다가(한림게스트하우스를 생각했는데 공사중이라고 해서리;;) 인터넷에서 보았던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가격은 매우 만족스러움. 고시원급인 좁디좁은 게스트하우스 1인실에 있다가 넓은 방-개별화장실이 있는-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정말 색달랐다. 게다가 무엇보다 따뜻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지독한 우풍으로 며칠동안 몸과 마음이 다 피폐해졌...ㅡㅠ)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전망이 별로고 뭔가 여관스러운 분위기가 심각하게 나는데다가(여관이니 당연하지.ㅡㅡ;;;) 무엇보다 지독한 담배냄새가 괴로웠다. (그래서 원래 이틀 있을 예정이었으나 그냥 1일만 머물러버림)
여관에 짐을 풀러놓고 항구를 구경다녔다.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무얼 볼까-하다가 예전 올레길 초입에 보았던 솟대가 생각나서 그리로 갔다. 찬바람이 어찌나 센지 눈물 콧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새들도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오오오.... 요거요거 흐린 하늘에 정신없는 구름들 덕에 꽤나 빛내림이 예쁘게 내리는 거 아닌가!
예쁜 카페라도 있었으면 앉아서 구경했으면 좋겠다...싶었으나 항구인 탓에 다방만 그득....ㅡ,.ㅡ;;;(한림항은 관광항이 아니다)
사진 좀 찍다가 덜덜 떨며 돌아와 잤다.(싸가지고 간 건조비빔밥으로 저녁을 때움)
다음 날 아침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순간 고민이 무척 됐다. 비양도를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비양도를 들어가서 못나오는 건 둘째 치고, 갔다 나오면 하루는 여관에서 더 묵어야 하는데 그건 좀 싫었다. 그런 마음이어서 그런지 황토빛의 비양도는 가을에 보았던 초록빛의 비양도와는 달라서 많이 땡기질 않았다.(자기 합리화의 고수.ㅋ)
그래서 아침에 다시 항구를 슥 둘러보고 마음에 두었던 용수포구로 향하고 말았다.(아침은 훼미리 마트의 즉석떡국...생각보단 맛있었다.ㅋ)
지금 생각하면 이 날이 여행한 날들 중 며칠 안되는 좋았던 날.... 이 좋은 날을 이동하느라 쓴 걸 생각하면 좀 아쉽기는 하다.
자, 그럼 사진들.(참고로 빛내림은 인위적인 게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다)
요거이 편집의 힘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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