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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제주를 떠나 이번 여행의 목적 중의 하나였던 비양도에 도착한 날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대는 날이었다. 예전 올레를 하느라 끄트머리를 잠시 스쳐갔던 한림항은 생각보다 많이 큰 항구였고 워낙 바람이 심한 터라 배들이 많이 정박해있었다. 어디에 묵을까 망설이다가(한림게스트하우스를 생각했는데 공사중이라고 해서리;;) 인터넷에서 보았던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가격은 매우 만족스러움. 고시원급인 좁디좁은 게스트하우스 1인실에 있다가 넓은 방-개별화장실이 있는-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정말 색달랐다. 게다가 무엇보다 따뜻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지독한 우풍으로 며칠동안 몸과 마음이 다 피폐해졌...ㅡㅠ)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전망이 별로고 뭔가 여관스러운 분위기가 심각하게 나는데다가(여관이니 당연하지.ㅡㅡ;..
해지는 모습은 항상 참 좋다. 담엔 꼭 서향집을 구해야지...(남향집이 1순위지만) 전망 좋은 집에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고 싶다. 어린왕자가 따로 있나~~~~
건진 사진 없다고 징징거렸는데... 그래도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또 떠나고 싶다. 멀리멀리... 하지만 성수기 끝나기 전엔 움직이기가..ㅡㅠ)
지나가는 자동차소리, 아이들의 노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의 소리.... 흐려져가는 하늘아래에 저녁이 천천히 다가오면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끝을 알린다. 카메라를 들고 올라선 옥상은 예전처럼 퀴퀴한 물냄새와 돌아가는 팬의 소리로 나를 맞는다. 물끄러미 바라본 하늘 끝에 천천히 바람을 따라 옷을 벗는 것처럼 천천히 흩어져가는 먼 구름이 조그맣게 귓 속에 속삭인다. ".... 여기 함께 있다면 좋을텐데." 넓어져가는 어두운 구름은 조금 남은 석양을 꿀꺽 삼키고 남은 구름을 거칠게 잡아 흔든다. "시끄러워! 그만 해!"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듯한 하루.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 그 끝에 구름은 다시 한 번 마음을 흔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내일은 흐릴거야. 아침부터 쭉. ------------ 오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