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잠시 해 없던 날의 기억 본문
달이 태양를 가린다. 태양은 아주 잠깐 동안 달 뒤로 사라진다.
하루에 한 번 서편으로 넘어가던 태양의 12시간 부재는 너무 당연하여서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대낮, 밝을 시간 잠깐 그저 달의 등뒤로 사라지다가 말았던 태양의 숨바꼭질은
비일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자아낸다.
아름다움
신비
그리고 공포.
맑은 하늘임에도 어둑어둑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태양은 잊고 있던 사람들에게 부재로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2009. 제주 서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