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그 날은 본문
하늘과 땅과 물의 경계가 모호하듯이
삶 역시 그러하니
모든 것을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는 것도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비 내리던 하늘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깊어보이는 물은
실제로 깊은 것이 아니어서
보이지 않는 길은
실제로 없는 것은 아니어서
정말 원한다면
텀벙텀벙 들어갈 수도 있는, 있었던, 있을 길이어서
그래서
늦은 밤 비를 맞고 걸어가던 그 길은
가슴 저릴만큼 아프지만은 않았다.
언젠가
또 비오는 날
웃으면서 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