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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다른 이들에게는 추웠을 나의 계절이 지났다. 이제 모두가 기다리던 봄. 나의 계절을 누려보지 못하고 지나보낸 내 마른 가지 위에도 봄의 햇살은 쏟아진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시절이 있으리라. 돌아보면 그리운 그런 계절이 있으리라.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나에게도 분명 있으리라. 바람이 이제 나부낄 것도 없는 마른 가지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돌아오지 못할 그 계절에 길고 긴 안부를 마음 속으로 전하여 본다.
신양해양목장은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곳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숙소를 정하고픈 마음에 이미 주의력은 산으로 간 상태...였다.. 순간순간 짐을 벗어 던져버리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어쩐지 '미션'이 떠올랐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말고 로버트 드니로의 미션) 누군가가 나타나 어깨끈을 잘라버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건 내 짐이고, 난 혼자이고 어쨌거나 내 책임이니까... 눈물나게 무거운 짐을 버리고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이건 그야말로 인생길과 다름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간신히 도착한 표선백사장. 멀리 종착지가 보였다. 만세! 하지만 마지막 난관이 앞을 막고 있었다. 바로 길을 잃어버린 것!!! 어째 가다보니 선인장 비스무래한 게 길..
3코스 올레의 시작은 마을과 과수원길이었다.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길이었으나....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발은 점점 아파지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길 중간중간에 공사하는 곳이 있어서 좀 어수선한 감도 없지 않았다. 좀 걷고 있는데 앞서서 가던 젊은 아가씨가 이상한 사람이 있다며 동행을 청했다. 가방에 벼라별 호신용구를 다 가지고 있었지만...(스프레이, 주머니칼-과일용-까지;;) 그냥 등산스틱을 꺼내 들고 함께 잠시 걸었다. 둘이 있어서일까? 확실히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그러나 궁금했는데 사라졌는지 나는 보질 못했다. 아가씨도 안심하고 자기 속도에 맞춰 앞서 사라졌다. 마을을 벗어나 통오름에 도착하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통오름에는 아마도 목장 관리인이신듯한 분들이 자..
냉정하게 말하면 초속 15cm가 아니라 초속 35cm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제사 잠깐 든다지만... 무시하겠음.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환했다. 해뜨는 위치를 잘못잡아 일출을 놓치고 짐을 챙기고 있을 때 민박집 아주머니가 오시더니만 돈만 챙기고 사라졌다. 흠..... 흠..... 수건만이라도 깨끗했더라면 덜 억울했을텐데. (나중에 와서 알았는데 거품수건을 놓고 왔다. 그래서 더 아깝;;) 온평리에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해안도로 따라 걸어가면 된다"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물론 그렇게 생각한 나도 바부탱이지만. 지금 지도를 보니 약 5km정도 된다.....하하하!! 아무튼.. 3코스 시작점까지 걷기 시작했다. 멀리 섭지코지를 망쳐놓은 휘닉스파크도 보이고~ 어쨌든지... 아침햇살이 쏟..
알오름에서 내려와 종달리까지 쭉 도로길을 걸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은 양 옆으로 밭이 쭉 이어져 있었다. 종달리마을을 통과하자 염전자리였다는 곳이 나타났다. 옛 제주도에서 물건너오는 소금의 비싼 가격 때문에 만들었다는 염전이란다. 하지만 현재는 억새만 무성.... 계속 걷다보니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저번 제주여행 때 '다음 번엔 꼭 해안도로를 걸어봐야지~'라고 생각했었더랬다. 물론 진짜 걷게 될 것이라곤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도로의 건너편에는 간간이 펜션들이 있었다. 한참을 그리 걷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3시를 훌쩍 넘어있었다. 목화휴게소가 보이길래 한치 한마리를 사서 뜯어먹으며 잠시 걷다보니 나타난 시흥해녀의 집. 조개죽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길..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은 '초속 15cm '. 절대로 절대로 빨리 걷지 말 것. 천천히 갈 것. 아침에 대충 뒤를 정리하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공항. 처음 타 본 저가 항공인 진에어는 저가항공답게 좌석이 자유. 게다가 좌석 폭은 .................. 놀랄 정도로 좁았다...........;; 내 옆에 탄 사람은 꽤나 거구였는데 그 덕에 팔조차 운신하기가 힘들 정도... 폐쇄공포증으로 인한 발작이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냥 창문에 기대어 가는 내내 잠을 잤다. ;;; 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탔다. 올레사이트에선 500번인가를 타라고 했는데 100번도 간다길래 100번을 탔다. 가다가 보니 시내 곳곳에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꽃들을 보다가 마지막 날..
동갑네의 장례식에 다녀 온 후 생각에만 있던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냅다 예약하고 나서.... 근 이주일을 정말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하였다. 4월이 되어서야 진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정식으로 준비를 시작하니 시간이 또 빠듯... 예약하려고 전화한 숙소들은 이미 다 만원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잠버릇만 괜찮다면 게스트하우스도 즐거울 것 같은데... 나이도 그렇고 잠버릇도 그렇고... 낯도 가리는 편이라 결국 포기했다. 많이 아쉽기는 하다. 정말이지 큰 용기를 가지고 떠나는 제주도 올레여행. 코스에는 집착하지 말고... 그냥 발길 닿는 데까지만 욕심부리지 말고 가자고 자꾸 되뇌이고 있다. 모자를 사고, 윈드스토퍼를 사고, 머리 묶을 방울을 하고, 간식거리를 사고... 이러저런 것들을 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