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안양예술공원-정령의 숲 본문
오랜만에 여유가 나는 토요일. 어딘가 아무곳이라고 가고 싶었다. 어디를 갈까 살피다가 선택한 곳은 안양예술공원. 삼식이를 들고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봤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아서인지 겨울의 공원은 다소 황량한 느낌이었지만,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사실 안양예술공원에 가고 싶었던 것은 '정령의 숲'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보는 정령들의 숲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바쁘고 바빴던 일주일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나보다.
[뽈뽈뽈/방방곡곡] - 상처입은 정령들의 숲
렌즈가 삼식이인지라 무엇에 포인트를 주고 찍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사진들을 보노라니 문득 손이 보였다. 이전엔 주로 얼굴이나 상처쪽이 보였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손이 그리 눈에 들어왔다.
조각상들의 손은 만신창이인 몸뚱이에 비하면 상당히 온전한 편이다. 하지만 뒤틀리거나 맥빠진 손가락들은 온화해보이거나 원망에 차 보이는 얼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꼭 표정이 아니더라도 작은 손의 위치와 손가락의 흔들림 하나로 인간은 많은 이야기를 상대에게 들려준다. 물론 상대가 들어주느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나름 넣어본 내 손. 역시 짧고 오동통이다. OTL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아무래도 매번 뒤로 미루었던 j코너의 관람이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너무 작품이 적고, 이리저리 둘러놓은 접근금지끈때문에 별로 볼 흥취는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로서 안양예술공원의 작품은 전부 감상한게 되는 건가?
날이 흐려서일까? 사진들이 다시 우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좀 걱정스럽다. 그래도 내가 이런 기분이니까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이겠지. 나자신도 무시해왔던 내 기분은 사진은 내게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나름 아웃포커싱을 즐긴다며 들고나간 삼식이었지만, 아무래도 손에 익지가 않아서인지, 나에게 맞지가 않아서인지 그도 아니면 사진 찍을 마음이 많이 줄어서인지 돌아와서 보니 몇 컷 찍질 않았다. 흠...
그것도 운동이랄지 좀 걸었다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쿨쿨 정신을 잃고 잤다. 날이 더 따뜻해져서 계속 돌아다니면 체력이 좀 나아지려나? 4월초에 다시 제주를 갈 생각인데, 체력이 이래서 가면 어떻게 돌아다니려나 좀 걱정이 된다.
정리: 찍은 컷수도 그렇거니와 나온 사진도 쏙 마음에 드는 건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출사라서인지 기분은 좋았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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