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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길 위에서
오늘 현대미술관에 들렀다가 선바위까지 걷던 중에 길에 앉아있는 까치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까치는 고개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멀쩡한 한쪽 눈마져 뜨지 못하면서도 그래도 쓰러지면 죽는다고 느껴서인지 악착같이 서 있었다. 내가 계속 바라보자 나무 위에 앉아있던 까치들은 계속 미친듯이 울어대며 나를 내쫓으려는 듯 나뭇가지들을 마구 떨어뜨렸다. 처음엔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내가 물러서자 죽음처럼 찾아든 적막... 그리고 다가서면 다시 울어대는 까치들. 햇볕이 뜨겁게 내리 쬐는 보도블럭 위에서 까치와 그의 친구들이 그렇게 있었다. 처음엔 '한 번 찍어보자'라는 마음으로 독하게 기다리다가 기다리는 내가 너무 싫어져서, 차마 쓰러지는 걸 보질 못하겠어서 돌아서는데....
뽈뽈뽈/서울
2009. 6. 14.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