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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산길을 가다

라온그리메 2009. 1. 25. 19:02

계획없이 걷게 된 산길.. 쏟아지는 눈이 예뻐 몇 컷 찍으면 좋겠다~ 싶어 나선 길인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안 쌓여있었다. 나름 스패츠까지 챙겨 간 게 좀 민망할 정도였다..;;;(몇 년만에 꺼낸거냐, 스패츠;;;)

 어릴 때 놀았던 숲 길로 접어드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여름엔 아카시아 따러, 가을엔 밤따러 다니던 숲... 지금은 그 자리에 학교가 들어섰고, 숲은 그냥 귀퉁이 정도 남아있다.


 눈은 계속 쏟아졌지만 쌓이지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나름 사진기 들고 나선 맘으론 아쉽기도 했다. 천천히 관악산 쪽으로 걸어가노라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산의 전체적인 윤곽을 찍어보고 싶어 좀 더 올라가보았는데, 나무들에 가려 산은 보이지 않을 듯했다. 길도 미끄럽고, 아이젠을 챙겨오긴 했지만 그것까지 끼고 오를만큼 열의도 없거니와 사람 없는 곳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싶어 털래털래 내려왔다.

 동네로 내려오니 그제서야 산이 조금 보여서 찰칵....



 그것도 등산이라고 했다고 조금 피곤하긴 하다. 아니 등산때문이라기보단 긴장한 탓이 크겠지...

 도시의 눈은 환영받지 못한다.(내리자 마자 멋지게 녹아주는 건 제외) 그런 도시에 눈이 내렸다. 많이 많이.. 그리고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그것을 녹였다.

 사람들이 눈을 녹이기 위해 화학약품을 퍼붓지 않는 산....
 도시에서 유일한 눈의 안식처가 되는 곳.


......

 뭐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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