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뽈뽈뽈 (527)
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미로 속에서 길을 잃으면 한 쪽 벽을 잡고 계속 걸으면 돼. 그렇게 끝없이 걷고 걷다보면 출구를 찾을 수 있어. 내가 잃어버린 길 내가 찾지 못하는 길 손으로 더듬다보면. 하지만 가던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바로 앞이었는데 눈에 보였었는데 가다보니 다시 나타나는 입구. 한참을 걸었는데 여전히 처음 시작점. 돌아가기에는 이제는 겁이 나는 길. 떼면 안되는 거야. 닿은 손은. 괜찮을 것 같아도 닿아있지 않으면 금방 잃게 되니까. 한 번 잃은 길에선 돌아가는 일은 처음보다 훨씬 힘이 드니까.
피곤해서 일찍 잠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음날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건, 휴일의 경우 조금은 많이 아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 잠을 깨니 새벽 5시... 어쩔까나~하다가 마음에 두었던 물향기 수목원을 휭~하니 다녀오기로 했다.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 생각 않고 나갔다가 8차선 대로를 왔다갔다하는 수고까지 하고서야 금정행 버스를 탔다. 금정역에 내리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수원을 지나 오산대역에 내렸다. 오산대역 앞은 온통 공사중이었다. 대규모 단지를 조성중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보였고, 큰 차들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근데 설마 신도시라고 짓는 건 아니겠지? 서울에서 이리 먼데;;;) 물향기 수목원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많은 사람들이었다. 상..
새벽에 눈을 뜨니 6시였다.. 밖을 보니 해가 아직 안떴길래 잠시 휴대폰으로 오락을 했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보니 어랏! 해가 벌써 떠 버렸.....;; 방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또 실패... 이번엔 날씨가 그럭저럭 도와줬는데도!!! 원래 일정은 김녕미로공원을 가는 것이었는데... 오던 날 본 벚꽃이 눈에 밟혀서 그냥 제주시로 가기로 했다. 내 생각과는 달리 표선에서 제주로 들어가는 길은 산간도로였다. 산간도로로 가고 싶다는 희망이 이루어진 셈. 성읍민속마을쪽으로 가다보니 산길이 꽤 괜찮아서 걸으면 좋겠다~ 싶었다. (순간순간 내려서 걷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일은 출근해야 할 몸. 저질체력을 원망할 뿐. 시외고속버스터미날에 가까와졌을 때 멀리 화려한 벚..
신양해양목장은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곳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숙소를 정하고픈 마음에 이미 주의력은 산으로 간 상태...였다.. 순간순간 짐을 벗어 던져버리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어쩐지 '미션'이 떠올랐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말고 로버트 드니로의 미션) 누군가가 나타나 어깨끈을 잘라버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건 내 짐이고, 난 혼자이고 어쨌거나 내 책임이니까... 눈물나게 무거운 짐을 버리고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이건 그야말로 인생길과 다름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간신히 도착한 표선백사장. 멀리 종착지가 보였다. 만세! 하지만 마지막 난관이 앞을 막고 있었다. 바로 길을 잃어버린 것!!! 어째 가다보니 선인장 비스무래한 게 길..
3코스 올레의 시작은 마을과 과수원길이었다.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길이었으나....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발은 점점 아파지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길 중간중간에 공사하는 곳이 있어서 좀 어수선한 감도 없지 않았다. 좀 걷고 있는데 앞서서 가던 젊은 아가씨가 이상한 사람이 있다며 동행을 청했다. 가방에 벼라별 호신용구를 다 가지고 있었지만...(스프레이, 주머니칼-과일용-까지;;) 그냥 등산스틱을 꺼내 들고 함께 잠시 걸었다. 둘이 있어서일까? 확실히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그러나 궁금했는데 사라졌는지 나는 보질 못했다. 아가씨도 안심하고 자기 속도에 맞춰 앞서 사라졌다. 마을을 벗어나 통오름에 도착하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통오름에는 아마도 목장 관리인이신듯한 분들이 자..
냉정하게 말하면 초속 15cm가 아니라 초속 35cm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제사 잠깐 든다지만... 무시하겠음.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환했다. 해뜨는 위치를 잘못잡아 일출을 놓치고 짐을 챙기고 있을 때 민박집 아주머니가 오시더니만 돈만 챙기고 사라졌다. 흠..... 흠..... 수건만이라도 깨끗했더라면 덜 억울했을텐데. (나중에 와서 알았는데 거품수건을 놓고 왔다. 그래서 더 아깝;;) 온평리에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해안도로 따라 걸어가면 된다"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물론 그렇게 생각한 나도 바부탱이지만. 지금 지도를 보니 약 5km정도 된다.....하하하!! 아무튼.. 3코스 시작점까지 걷기 시작했다. 멀리 섭지코지를 망쳐놓은 휘닉스파크도 보이고~ 어쨌든지... 아침햇살이 쏟..
알오름에서 내려와 종달리까지 쭉 도로길을 걸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은 양 옆으로 밭이 쭉 이어져 있었다. 종달리마을을 통과하자 염전자리였다는 곳이 나타났다. 옛 제주도에서 물건너오는 소금의 비싼 가격 때문에 만들었다는 염전이란다. 하지만 현재는 억새만 무성.... 계속 걷다보니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저번 제주여행 때 '다음 번엔 꼭 해안도로를 걸어봐야지~'라고 생각했었더랬다. 물론 진짜 걷게 될 것이라곤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도로의 건너편에는 간간이 펜션들이 있었다. 한참을 그리 걷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3시를 훌쩍 넘어있었다. 목화휴게소가 보이길래 한치 한마리를 사서 뜯어먹으며 잠시 걷다보니 나타난 시흥해녀의 집. 조개죽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길..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은 '초속 15cm '. 절대로 절대로 빨리 걷지 말 것. 천천히 갈 것. 아침에 대충 뒤를 정리하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공항. 처음 타 본 저가 항공인 진에어는 저가항공답게 좌석이 자유. 게다가 좌석 폭은 .................. 놀랄 정도로 좁았다...........;; 내 옆에 탄 사람은 꽤나 거구였는데 그 덕에 팔조차 운신하기가 힘들 정도... 폐쇄공포증으로 인한 발작이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냥 창문에 기대어 가는 내내 잠을 잤다. ;;; 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탔다. 올레사이트에선 500번인가를 타라고 했는데 100번도 간다길래 100번을 탔다. 가다가 보니 시내 곳곳에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꽃들을 보다가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