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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5cm]올레 3코스 #3

라온그리메 2009. 4. 7. 20:28

 신양해양목장은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곳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숙소를 정하고픈 마음에 이미 주의력은 산으로 간 상태...였다.. 순간순간 짐을 벗어 던져버리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어쩐지 '미션'이 떠올랐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말고 로버트 드니로의 미션) 누군가가 나타나 어깨끈을 잘라버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건 내 짐이고, 난 혼자이고 어쨌거나 내 책임이니까... 눈물나게 무거운 짐을 버리고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이건 그야말로 인생길과 다름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간신히 도착한 표선백사장. 멀리 종착지가 보였다. 만세! 하지만 마지막 난관이 앞을 막고 있었다. 바로 길을 잃어버린 것!!!
 어째 가다보니 선인장 비스무래한 게 길을 막고 있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마도 마을의 대로로 통하는 듯한 작은 길의 문이 잠겨있었다. 개도 한마리 있었고. 잘못 들었나 싶어 주변을 헤매다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한 처자와 함께 백사장으로 내려갔다.

상황을 보아하니~ 백사장을 따라 걷다가 도로로 올라가야 하는 듯 했다. 흠... 고지가 바로 앞인데 삥 돌아가? 난 싫어. 난 힘들다고! 그리고 나는.... 이번 여행 최악의 결정을 했다. 바로 백사장을 가로지르기로 한 것.


 
그깟 백사장을 걷는게 무슨 대수라고 최악의 선택이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니가 걸어봐!" (반말해서 미안하지만...;;;)

표선백사장은 .... 내가 아는 백사장이 아니었다. 진흙과 비슷한 느낌의 모래가 한발자국 걸을 때마다 깊게는 7cm~10cm정도 들어가는 곳이었던 것이었다.... 등산지팡이에 몸무게를 실어가며 걸어가는 느낌이 얼마나 황망하였는지...  모래늪이 나오던, 어릴 때 고속버스 안에서 보았던 말도 안되는 국산방화가 생각나는 판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보면서 콧방귀를 꼈었는데;;;) 주변에 발자국조차 없는 것이 이런 무모한 결정을 최근에 한 것은 나 밖에 없는 듯했다. 크흑.




 하지만 걷다보면 끝은 나게 되어있는 것... 사는 게 다 그렇듯이 말이다. 하하하!



 해서... 간신히 3코스 종료! 근처의 추천민박에서 하루 밤 묵기로 했다. 주인분들은 꽤 친절하였고... 무엇보다 깨끗하고 넓은, 따뜻한 방에 감탄하고 말았다. 전날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랄까? 동네 마트에서 고칼로리의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짊어지고 와서 와작와작 먹고는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도 꾸지 않고 푹~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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