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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5cm]올레 3코스 #2

라온그리메 2009. 4. 7. 20:15

 


 3코스 올레의 시작은 마을과 과수원길이었다.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길이었으나....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발은 점점 아파지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길 중간중간에 공사하는 곳이 있어서 좀 어수선한 감도 없지 않았다.

 좀 걷고 있는데 앞서서 가던 젊은 아가씨가 이상한 사람이 있다며 동행을 청했다. 가방에 벼라별 호신용구를 다 가지고 있었지만...(스프레이, 주머니칼-과일용-까지;;) 그냥 등산스틱을 꺼내 들고 함께 잠시 걸었다.  둘이 있어서일까? 확실히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그러나 궁금했는데 사라졌는지 나는 보질 못했다. 아가씨도 안심하고 자기 속도에 맞춰 앞서 사라졌다. 


 

 마을을 벗어나 통오름에 도착하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통오름에는 아마도 목장 관리인이신듯한 분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사람들이 자꾸 길을 잘못든다면서 길을 알려주셨다. 혹시 올레꾼들이 길을 잘못들어 자꾸 울타리를 망가뜨려서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물어보지는 못했다.
 어디에서 왔느냐는 물음에 서울이라고 답했더니 여기서 전국 방방곡곡 사람들을 다 만난다며 웃으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남자는 별로 없고, 거의 여자들이 온다고... 그것도 혼자. 남자들이 적은 이유가 군대에서 군장하고 훈련받은 것때문이라고 한다는 말씀에 그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징글징글하게 걸었으니 걷는 것이라면 이가 갈릴만도 하지...(잠깐 나라 지키시는 군인분들께 감사를...꾸벅) -물론 올레길에서 남자분을 못 본 것은 아님-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되돌아가서 길로 내려가 이번엔 독자봉으로 향했다.

독자봉은 나무가 많은 언덕이었는데 내려오는 길이 꽤나 구불구불한 그야말로 오솔길이었다. 혼자 등산하는 것도 나쁘진 않네~라고 생각하며 내려오다보니 워낙 사람이 없고 인적이 드믄 곳이라 기분이 좀 그랬다. 뭐랄까.. 혼자는 산에 가는 것이 좋지 않다는 어른의 말씀이 떠올랐달까? 내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건지 좀 걱정되기도 하고. (물론 중간중간의 표지를 보며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독자봉에서 내려오니... 배가 고팠다. 하지만 간식거리는 이미 동난지 오래. 크흑... 그래, 일단 김영갑 갤러리부터 가보자. 거기 가면 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예전 올레홈피에서 본 글귀는 이미 잘 기억하고 있었다...

 '3코스의 식사장소는 매우 드물다'라는. 통오름 올라갈 때... 식사안내 표지를 보고 '금방 우물안개구리 갈텐데, 뭐...'라고 유유자적 여유만만하게 걸어간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될 줄이야....전화번호라도 따왔더라면....(한숨)


 김영갑 갤러리는 두번째 가보는 곳이었다. 예전 사람들과 여행왔을 때 자다가 어스름한 저녁무렵 자다가 차에서 내려 멍~하게 둘러보았던 곳. 이번에 가니 상당히 깔끔하게 단장이 되어있었다. 물론 겨울과 봄차이도 있기야 하겠지만 못보던 조형물도 보였다. 들어가서 사진을 다시 보고 싶었으나 구경하려면 30분정도는 잡아야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30분은... 식사를 애타게 바라는 내게는 너무 긴 시간이 될 것이 뻔했다. 해서 그냥 나오는데... 엇? 이제보니 김영갑갤러리가 유료화가 되어있었네? 어쩐지 깔끔해졌더라니. (저번엔 기부금받았었는데.)


아아아아......지금 생각해도 너무 길었던 우물안 개구리까지의 길...... 배가 고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우물안 개구리. 올레꾼들을 대상으로 한 자그마하고 정겨운 식당정도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레스토랑이었다. 어쨌거나 3시가 훨씬 넘어서야 그날의 첫번째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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