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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5cm] 출발~ 올레 1코스 #2

라온그리메 2009. 4. 7. 19:46
 알오름에서 내려와 종달리까지 쭉 도로길을 걸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은 양 옆으로 밭이 쭉 이어져 있었다.







종달리마을을 통과하자 염전자리였다는 곳이 나타났다. 옛 제주도에서 물건너오는 소금의 비싼 가격 때문에 만들었다는 염전이란다. 하지만 현재는 억새만 무성....




 계속 걷다보니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저번 제주여행 때 '다음 번엔 꼭 해안도로를 걸어봐야지~'라고 생각했었더랬다. 물론 진짜 걷게 될 것이라곤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도로의 건너편에는 간간이 펜션들이 있었다.


 한참을 그리 걷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3시를 훌쩍 넘어있었다. 목화휴게소가 보이길래 한치 한마리를 사서 뜯어먹으며 잠시 걷다보니 나타난 시흥해녀의 집. 조개죽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성산갑문을 지날 때 쯤 앞서 가던 한 사람이 말을 걸었다.

 "혼자 여행오셨어요?"

 42살의 여행객이었다. 30살이 넘어서 여행병에 걸렸다는 그 언니는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자유여행으로 많은 곳을 가봤다고 했다. 이번 여행도 외국서 들어오고 한달만에 다시 나선 것이라고 했다. 올레를 풀코스 돌 작정으로 온 제주에서 그날은 우도에 들러 우도를 걸어서 한바퀴 돌고, 소라를 잔뜩 따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아직 기반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은 나라들을 여행하며 고생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라오스에서의 화장실 이야기는 ... 하하하;;;; 그 분의 이야기론 여행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세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아무거나 잘 먹을 것, 아무데서나 잘 쌀 것, 아무데서나 잘 잘 것.  

 생각해보니... 난 세가지 조건 중 하나도 해당되질 못했다. 입은 징그럽게 짧고...(회를 못 먹는데다가 비위가 약한 편이다) 일단은 화장실은 꼭 편해야하고... 옆에 누가 있으면 잠도 못자고...ㅡㅡ;;;(물론 차 안에서는 잘 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길을 잃어버리고 생각없이 그냥 언니의 숙소 근처까지 같이 걸었다. 걷다보면 나오겠지, 뭐~~싶어서. ;;

 한방찜질방에서 숙박을 하고 있다며 나에게도 권했지만 일단은 첫날이라 편히 자야할 것같아 사양하고 계속 길을 걸었다. 그당시만해도 내 생각은 그랬다. 걷다보면 모텔 한 두개쯤이야 있겠지... 물론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는 한시간쯤 후에 알게되었지만. ㅡㅡ;;


 2km쯤 버스길을 걷다가... 버스길가에는 마을조차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안되겠다 싶어서 신양해수욕장쪽으로 길을 꺾었다. 음... 섭지코지쪽으로 결국 가게 되는구나...라고 혀를 차며 도착한 신양리.



 민박은..... 100점 만점에 50점정도? 그래도 일단 전기장판이라도 있어서 뜨뜻하게 잤다는 것때문에 그 점수라도 받은 거다. (물론 이보다 못한 통영의 모 호텔도 있기는 했지만....;;)

 짐을 풀고 앉아서 저녁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한라봉과 청견을 먹었다. 큼직~한 한라봉이 하나에 1000원! 청견도 거의 그 가격! 하하하!!!

 주변에 식당도 별로 안보이는 듯하여 그냥 과자로 배를 채운 후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고 까빡 잠이 들었다. 잠이 깨니 새벽1시. 생각없이 켠 케이블 tv에서 'the cell'을 하길래.. 끝까지 봐 버렸다. (미쳤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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