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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뽈뽈/제주

[초속 15cm]여행의 끝

라온그리메 2009. 4. 7. 20:49


 

 
새벽에 눈을 뜨니 6시였다.. 밖을 보니 해가 아직 안떴길래 잠시 휴대폰으로 오락을 했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보니 어랏! 해가 벌써 떠 버렸.....;;



 
 방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또 실패... 이번엔 날씨가 그럭저럭 도와줬는데도!!!
 원래 일정은 김녕미로공원을 가는 것이었는데... 오던 날 본 벚꽃이 눈에 밟혀서 그냥 제주시로 가기로 했다.


 
 내 생각과는 달리 표선에서 제주로 들어가는 길은 산간도로였다. 산간도로로 가고 싶다는 희망이 이루어진 셈. 성읍민속마을쪽으로 가다보니 산길이 꽤 괜찮아서 걸으면 좋겠다~ 싶었다. (순간순간 내려서 걷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일은 출근해야 할 몸. 저질체력을 원망할 뿐.
 
 시외고속버스터미날에 가까와졌을 때 멀리 화려한 벚꽃길이 보였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벚꽃이 보인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종합운동장쪽에 있는 벚꽃길이었는데... 정말 화려하고 예뻤다. 바람이 불 때마다 쏟아지는 꽃잎이라니!! 서울에서 이만한 곳을 보려면 사람에 치일텐데 조금은 이른 아침녁이라서인지 중국인 관광객만 약간 있을 뿐 사람도 별로 없어 더욱 좋았다.





 벚꽃길을 다 보고 공항까지 걸어나갈까~하며 걷다보니 갈등이 되기 시작했다. 기온이 심상치 않은 날씨... 꽤나 무더울 듯했고... 체력은 바닥이고.... 여행지 마지막날 항상 겪는 "에잇! 나 그냥 집에 갈래!"지병이 도지는 듯했다.
 그래도 걸어보자~하며 걷다보니 나타난 용담동 고대집터. 걸어도 걸어도 통화중이던 진에어의 상담원과 이야기를 해보니... 비행기의 시간이 변경 가능! 그래, 관덕정은 나중에 보자... 집으로 고고!





 10시 50분 비행기에 오르니... 사람이 참 없었다. 한 20명 탔나? 자리도 널럴~~. 3인 좌석에 혼자 앉아서 편하게 밖을 구경하며 왔다. 비행기 자체도 꽤나 낮게 날아서 밖 구경하긴 딱이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정말 좋았을 것을 오늘은 황사가 부는 날인지 밖은 온통 부옇게 보였다.





 역시... 여행의 참 맛은 '돌아옴'에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게... 집에 돌아오니 얼마나 반가운지. 퍼져 잠만 자고 있을 이노무치키도 아는 척을 해줬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는 사진을 보면 될테니 패스.
 무엇을 느꼈는지....는 인생은 어차피 선택이라는 거. 얍삽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게 인생이다. 어느 한쪽을 택했다면 다른 쪽은 과감히 포기해야한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사실 별 거 아닌 여행이었다. 기간도 짧고... 죽어라고 걸었다~라고 얘기한다지만 겨우 다 합쳐 40km쯤 될까?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콧방귀를 낄 거리...
 하지만 마음 먹었던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서 마무리 짓고 돌아왔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아닐까? 답답하게 여겨지던 '지금', '여기'를 벗어나 마음껏 헤매이고, '지금'과 '여기'를 그리워하며 돌아왔다는 것....

 한동안은 제주도의 멋진 풍경이 눈을 감으면 떠오를 것 같다. 열심히 찍었지만 생각보단 많지 않은 8기가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추억을 되새기겠지.


 그리고... '지금, 여기'의 내가 또 견디지 못하게 가볍게 느껴질 때쯤 난 또 떠날지 모른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자유와 고독을 함께 느끼는 여행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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