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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오랜만에 여유가 나는 토요일. 어딘가 아무곳이라고 가고 싶었다. 어디를 갈까 살피다가 선택한 곳은 안양예술공원. 삼식이를 들고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봤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아서인지 겨울의 공원은 다소 황량한 느낌이었지만,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사실 안양예술공원에 가고 싶었던 것은 '정령의 숲'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보는 정령들의 숲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바쁘고 바빴던 일주일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나보다. [뽈뽈뽈/방방곡곡] - 상처입은 정령들의 숲 렌즈가 삼식이인지라 무엇에 포인트를 주고 찍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사진들을 보노라니 문득 손이 보였다. 이전엔 주로 얼굴이나 상처쪽이 보였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손이 그리 눈에..
그 추위 속에 10분간 넋을 놓고 구경했다. 연기의 그 변화무쌍함이라니... 삼각대 안들고 온 걸 땅을 치며 후회했다나? 하지만 삼식이 밖에 없는 상황에선 뭐...ㅡㅡ;;;
정신교육을 하도 받고 자란 덕에 내 나이 또래들에게 일본을 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며(일본이라기보다는 특정문화) 그 때문에 욕도 먹었었지만(표면적인 이유는 단지 그거 하나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래도 구세대인듯하다, 일본글씨로 가득한 홍대거리가 낯선 것을 보면. 영어나 일어나 다른 나라 글자임에는 다를 바 없고, 일본에서 우리 음식이 유행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음식이 유행하고, 그러다보니 식문화가 들어오고, 간판이 들어오는 건 당영하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래도 껄끄럽다. 너무 흔해진 영어보다 원색적이고 이국적인 흥취가 느껴지는 일본글자에 끌리는 마음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편하다. 일본 음식을 먹고, 일본 노래를 듣고,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읽본 책을 읽는다. 집에는 ..
퇴근하고 오는 길에 앞동네서 본 고양이. 아파트 단지의 환풍구 앞에 앉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그나마 온기가 나오는 곳이기에. 지나가는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만지고 싶어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이들한텐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는 녀석... 음... 위에서만 봐서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사진찍히는 게 별로 마뜩치 않은 듯;;; 사람들이 쓰다듬은 머리와 등만 반질반질하던 녀석... 오늘 밤도 추운데 잘 곳은 잘 찾았으려나.
아무 곳도 가지 못한 월요일, 눈 내린 마을을 산책했다. 아파트 단지안만 잠시 돌아보자고 나갔는데, 돌아와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산 지 5년도 넘은 스패츠를 신고 등산화를 신고 조끼를 입고 중무장을 하고 나간 마을은 온통 소복한 눈에 덮혀 있다.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참으로 상쾌했다. 잠시잠깐 보이는 푸른 하늘과 햇살, 크리스마스 카드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눈 덮인 나무들. 하얀 눈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보이는 놀이터 기구들의 알록달록함. 선과 색이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을 잊고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카메라를 놓았던 그동안이 좀 부끄러워졌다. 이리 좋아하면서 뭘 그만둔다고.... 오랜만에 내린 눈은 그렇게 마을로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바당올레보단 오름과 마을길이 좋다. 물론 다 섞여 있으면 더욱 좋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떠난 여행이 아닌지라 별로 많이 찍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아쉬운 게 14코스다. (7코스도 그렇지만;;) 초반에 조금만 걷고 바로 길로 빠져나왔는데, 못가봐서인지 왜 이리 아쉬운 건지. 다음엔 시간 잡고 느긋하게 사진찍으며 다시 걸어보고 싶은 14코스. 꽤나 꼬불꼬불하고 돌길이라 걷기도 까다롭지만 그래도 정감있는 코스였다. (가게나 마을이야 포기한다손 치더라도 화장실 좀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바당올레라고 우습게 보았다가 큰코 다친 7코스. 바윗길이 많아서 좀 힘들었다. (약간의 첨단공포증이 있는지라 뾰족한 바위들이 ㄷㄷㄷㄷ;;;) 일행과 함께 풍림콘도까지만 걸었다. 멀리 보이던 눈덮인 한라산과 출발하기 전 마신 이마트 에비야의 화이트초콜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