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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아무 곳도 가지 못한 월요일, 눈 내린 마을을 산책했다. 아파트 단지안만 잠시 돌아보자고 나갔는데, 돌아와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산 지 5년도 넘은 스패츠를 신고 등산화를 신고 조끼를 입고 중무장을 하고 나간 마을은 온통 소복한 눈에 덮혀 있다.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참으로 상쾌했다. 잠시잠깐 보이는 푸른 하늘과 햇살, 크리스마스 카드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눈 덮인 나무들. 하얀 눈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보이는 놀이터 기구들의 알록달록함. 선과 색이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을 잊고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카메라를 놓았던 그동안이 좀 부끄러워졌다. 이리 좋아하면서 뭘 그만둔다고.... 오랜만에 내린 눈은 그렇게 마을로 왔다.
카메라를 들고 나올까~하다가 그냥 나왔는데, 아침에 출근하다보니 시야가 너무나 맑다. 아쉬운 마음에 굴러다니는 똑딱이로 똑딱.... 삼식이를 입양하면 한동안 맨날 들고 다녀야지...(찍든 안찍든)
구름이 오길래 '오늘은 별로겠지~'하고 신경을 끄려 했는데... 결국 또 옥상으로 뛰었다..;;; 구름끝에 가려 해는 잘 안보였지만 먼 동네 유리창에 노을이 부딪치는 모습은 볼만했다.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찍고 나면 참 많이 아쉬워지는 먼 옆동네. 앞에는 보라매공원이 있고, 산이 있는 저 동네. 가끔 참 살고싶은데... 뭐, 관두자. (로또맞아서 저 집을 사도 유지가;;;) 좀 더 찍을까 하다가 바람이 차고 (지금도 바람 소리가 창밖에서 윙윙)해서 그냥 내려왔다. 아, 추웠어...;;;; 근디... 50-200을 사서 찍으면 더 잘나올랑가? 아니면 바디를 바꾸면? 글쎄... 이젠 잘 모르겠다.
제2회 골목예술전에 다녀왔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골목을 작은 전시장으로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기쁨을 주는, 그런 예쁜 전시회이다. 참여자도 초등학교 학생에서 주부, 취미생, 전문작가 등으로 다양하고, 전시되는 작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전시회는 아니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와~ 멋있다"를 연발하며 서서 구경하는 모습이 제3자인 내가 보기에도 참 좋았다. 특히 배달다니는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감탄하는 모습에서 '생활 속의 예술'이란 이래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워낙 길이 좁고 제대로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멋진 전시회였다. 제3회도 기대가 된다.
고양이만 보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사람으로서...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길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는 정말이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냥이들은 들짐승 특유의 경계심을 보이며 줄행랑을 치기 일쑤...(크흑ㅡㅠ) 오늘 길에서 만난 치즈태비는 그런 점에선 감사할 따름.... 우연한 골목길에서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담 위로 올라가는 치즈냥. 잠시 나를 보더니 다가가지 않자 고개를 돌린다. 아, 망원렌즈가 있었더라면... 아쉬움을 못 이기고 가까이가자 냉큼 아래로 뛰어내린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안전거리와 엄호물을 가운데 두고 다시 탐색을 시작... 냐옹냐옹 소리를 내자 조금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쳐다본다. 가끔씩 주위를 다시 살피기도 하고..... 그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