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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뽈뽈/동유럽 2012

[오스트리아]잘츠카머구트-할슈타트 호수에서

라온그리메 2012. 8. 27. 19:05






 잘츠부르크를 떠나던 날 아침, 일찌감치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날씨는 여전히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목적지는 잘츠카머구트의 오버트라운(obertraun).

 잘츠카머구트에는 유명한 곳이 많다. 샤프베르크(그 때까지 샤크베르트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볼프강 등등...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탈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상당히 솔깃하였으나, 이거저거 하다가 하나도 제대로 못할 듯하여 무조건 숙소로 먼저 간다고 마음을 정하곤, 바트이슐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정 마음이 동하면 중간에 내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탄 것이었으나 결국 내리지는 않았다.(날씨가 나쁜 것도 한 몫 했음)




 

 바트이슐. google로 검색하면 항상 '나쁜 ischl'로 나온다. 도대체 뜻이 뭘까~~상당히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독일어로 bad는 온천이라나...; 예전엔 카이저빌라(Kaiservilla)라는 곳에서 왕가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단다. 바트이슐의 소금은 아들을 낳는 소금이라는 말이 있다고도 한다. (왕자의 소금이라나?)



 버스에 올라타 잠시 밖을 구경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니 어느새 바트이슐이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다보니 어느 건물에서는 연주회가 한창이었다. 정말 작은 도시라도 연주회는 꼭 있는 나라 오스트리아. 그만큼 음악적인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것이겠지. 뭐, 음악으로 먹고 산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나라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건 부러운 거다. 




 아무튼 바트이슐에서 내려 오버트라운까지 가는 기차표를 샀다. 예전에 할슈타트에 대해 검색할 때 그쪽은 무인역이라고 들은 기억이 나서 비엔나(빈)으로 가는 열차표도 함께 구입을 했다. 그런데 주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뜸금없는 플랙시블표를 구입하였고... 그 결과 엄청난 요금을.... 크흑.....(게다가 오버트라운은 유인역이었다는 거. 커헉...)






지나는 길의 간이역들






 기차는 다시 산들 사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양 옆으로 보이는 꽤나 험준한 산들의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멍~하니 구경하며 있다보니 어느 샌가 오버트라운 역에 도착했다. 자, 이제 숙소를 찾아가야지...? 원래는 할슈타트에 숙소를 잡으려고 하였으나 이런저런 이유(방이 없었음;;)로 실패하고 부킹닷컴에서 검색하여 숙소를 구했다. 그것도 싱글룸이 없어서 더블룸으로. (꽤나 요금이 거나했는데 다행하게도 룸쉐어를 할 수 있었다) (모텔인줄 알았는데, 호텔은 아니고 일종의 민박이었다.)


 숙소를 찾으며 -이제는 슬슬 지겨운 헤맨 이야기지만... - 출구를 잘못나와서 또 헤맸다. 동네를 뱅뱅 돌았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언덕길을 오르내리다 찾아간 숙소는 역에서 참 찾기 쉬운 곳에 있었다..... 에휴. 그래도 동네 구경했으니 됐다고-동네가 진짜 예뻤다- 마음을 다독이며, 짐을 맡기고 주인아주머니에게 할슈타트 가는 법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배시간표를 들여다보더니, 맞는 시간이 없다며 차라리 걸어가는 편이 나을 거라고 했다. 시간은 30분쯤 걸리고 기차길을 따라 걸어가면 된단다. 그리고 역까지 가서 배를 타라고 했다. 사실 그건 이미 인터넷에서 알아본 것이어서 알겠다고 하고 숙소를 나왔다. (청소시간이라 방은 들어갈 수 없었다)


 좀 걷다보니 호수가 나타났다. 나를 폭 빠지게 만들었던 그 미끄럼틀이 거기에 있었다. 인터넷에서 미끄럼틀과 호수사진을 보고 얼마나 폭 빠졌던지! (사실 그 사진 한장이 오버트라운을 선택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찍어도 그 사진 같은 분위기는 안 나왔다. OTL) 호숫가에는 오리와 백조들이 쉬고 있었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화장실에 탈의실까지 보였다. 그런데~~화장실이 그냥 개방? 리얼리? 와아....










이 보트정착장도 사진에서는 되게 예뻤는데 화각이 달라서 그런지 안 예쁘게 나왔다;;;












   잠시 호숫가를 살피다가 기차길과 호수 사이의 길을 따라 호숫가마을 할슈타트로 향했다. 할슈타트는 모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졌다고 한다는데... 안 봐서 모르겠고, 사실 오스트리아 검색할 때까지 전혀 몰랐던 곳이었다. (오버트라운은 숙소 구할 때까지 몰랐음;;) 할슈타트란 '소금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할'이 고어로 소금이라나) 빙하기 전에 땅이 바닷물로 덮여있었는데, 이후 융기하면서 바닷물은 빠지고 소금만 남아 소금광산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굉장히 역사가 오래된 지역이고, 유럽의 초기철기문화의 시작이라는 할슈타트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단다.(이상은 인터넷백과사전 참고) 참고로 오버트라운은... 못찾았다. ober가 '높은'이란 뜻이고, traun강이 있으니, 그렇다면 traun강의 ober란 뜻일까...? 그럼'높은 트라운강'이라는 뜻일라나?

(트라운강에 대한 내용이 있는 곳 http://blog.daum.net/zenith2/15861703)

 

 

 길은 시멘트길이었고, 가끔 자전거로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쳐갔다. 가족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이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할슈타트역에 도착하자 배가 보였다. 배표를 사고 빈 자리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앉아있으니 기차가 도착했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배에 꾸역꾸역 타기 시작했다. 할슈타트마을은 기차역의 건너편에 있어서 이렇게 배를 타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버스타고 가는 법도 있긴 했다. 쿨럭. 아무튼 배는 호수를 건너 할슈타트마을로 향했고, 마을이 보이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좁은 산 경사면을 따라 빽빽하게 지어놓은 집들은 한 장의 그림처럼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이 맛에 다들 구경오는 곳이겠지. 



















 배에서 내린 후 마을 구경을 했다. 실제로 할슈타트(배)역에서 lahn까지가 흔히 말하는 할슈타트이고 보면 한 1km쯤 된다고 해야할라나?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마을은 온통 예쁘게 꾸며놓은 가게들로 가득했고, 길은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날씨가 좋았다면 나름 분위기가 있었을 듯 하긴 한데, 날씨가 꾸물꾸물한데다가 슬슬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그다지 오래 구경하지는 않았다. 아기자기 작고 예쁜 가게들을 보는 건 즐겁기는 했지만... 날씨가 너무 흐려서 주변이 어두어 자꾸 사진은 흔들렸고, 체스키에서 귀여운 상점에는 좀 질려버린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보니 정말 기분이 별로였었나보다. 사진들도 할슈타트 것은 몇 개 빼곤 손도 대지 않았었다. 뭐, 다 흐리멍텅해서 손 대봤자 별 볼 일 없었겠지만서도. 아래 사진 중 블로그 서명이 들어간 사진들은 그래서 좀 그렇다;; 근데... 지금보니 또 나름 예쁘다.....;;;;)









흔들리지만 않았으면 참 좋았을 사진... 아쉽다.











 할슈타트에서 유명한 소금광산을 볼 생각이 없었기에(잘츠카머구트의에서의 목표는 할슈타트가 아니라 다흐슈타인이었다) lahn에 도착해선 노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할슈타트 관광객 중 1/3이상이 동양인이고, 그 중 1/3이상이 한국인이라 여기 저기 한국말이 들려서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잘 안될 정도였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누가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냐며 영어로 묻는다. 얼핏보고 동양인이길래 우리말로 찍어주면 되요?라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는데, 헉, 알고보니 외국인(중국인??). 으... 이 때 좀 민망했다.;;;







 lahn역 근처의 수퍼에 들러 그래도 싸지 않을까~싶어 바트이슐산 소금을 샀는데... 나중에 나오면서 보니 오히려 수퍼가 노점보다 비쌌다.  아, 눈물난다..............(ㅡㅠ) 할슈타트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이것도 한가지 이유일 듯 싶다. 나름 잔머리를 굴렸는데 실패하다니!



Lahn쪽 노점상에 붙어 있던 것들. 주인아줌마는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바빴다.

 보스나를 사 먹었는데... 그냥 치킨 사 먹을 걸 그랬는지도.(치킨이 맛나보였다)



 오버트라운으로 돌아가는 배편이 있는 시간이 되어 다시 배에서 내렸던 곳으로 돌아갔다. 표를 사며 어디서 타면 되냐고 물으니 매표원이 왼쪽으로 가란다. 앉아서 기다리는데... 이건 뭔가 아니다 싶어 다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른쪽에서 타는 거란다. 한바터면 못 탈 뻔 했다. 헐....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서 배를 탔지만, 다른 사람들은 lahn역에서 많이 탔다. 할슈타트역에서 내려 동네를 구경하고 lahn역에서 배를 타고 유람하는 코스...인지. 



 오버트라운과 할슈타트를 오가는 배는 몇 편 되지 않았는데, 그건 도항선이 아니라 유람선 개념이기 때문인 듯 싶었다. 할슈타트에서 시작해서 오버트라운과 다른 한 곳에 들러 다시 할슈타트로 돌아오는 유람선. (중간에 내리는 사람한텐 요금은 반만 받는다) 배는 천천히 할슈타트 호수를 지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처음엔 독일어로, 나중엔 영어로 해줬다. 배에서 보니 할슈타트 소금광산으로 가는 트램이 보였다. 소금광산은 꽤 높은 곳에 있었다.










 호수에 비치는 건물들의 반영이 무척이나 길어서 놀랐다.



 오버트라운에 돌아와 숙소에 가니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줬다. 영국사람이라고 리뷰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나는데, 꽤나 서글서글한 사람이었다. 아저씨의 소개를 따라 둘러본 숙소는 정말 깨끗하고 아늑해서 처음 집 모양을 보고 잠시 실망했던 마음은 슝~하니 사라졌다. (방에서 본 전망은 약간 아쉬웠지만, 식당에서 본 전망은 정말 참 좋았다....)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함께 룸쉐어를 하기로 했던 사람인데, 오버트라운까지 오는 줄 알고 탔던 버스가 할슈타트까지만 와서 현재 할슈타트라고, 어쩌면 좋냐고 한다. 현재 할슈타트 안내소 옆에서 와이파이로 카톡을 보낸다고 했다. 난감해서 주인양반들에게 물으니 택시타고 오라며 택시 명함을 준다....... 아마도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생각해보면  일행이 네 명 정도(아니, 둘만이라도) 된다면 할슈타트에서 좀 늦게까지 놀다가 택시를 타고 오버트라운에 오는 것도 괜찮은 코스일 듯 싶다. 늦게 가기도 했지만 배를 타고 돌아오려니 구경할 시간이 빠듯했다.



휴게실의 창가

















 저녁때가 되어서 도착한 (샤프베르크에 다녀왔다고 함) 일행과 마을을 걸으며 해 질 녁의 호수와 마을 구경을 하였다. 오버트라운은 역쪽, 호수쪽으로 커다란 펜션단지가 있어서 구경하기 좋았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실내수영장을 보니 굉장히 근사해보여서 어쩐지 거기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좀 부러웠다. 


호숫가에서 구경을 하다보니 한 가족이 나와서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먹을 것 내 놓으라며 여자아이를 쫓아가는 오리와 백조들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먹이로 장난을 치자 화를 내며 걱걱 거리는 백조는 더욱 귀여웠.......지는 않고 웃겼다. (덩치가 있다보니 귀엽다고 말하기는 좀;;) 느긋하게 호숫가에 있는 놀이기구도 타고 주변을 돌아보다보니  어느새 주위는 어두워졌다. 






그렇게 할슈타트 호수에서의 하루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