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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길치의 무모한 여행 6-멀고 먼 까사 밀라와 구엘공원 본문

뽈뽈뽈/스페인2011

겁 많은 길치의 무모한 여행 6-멀고 먼 까사 밀라와 구엘공원

라온그리메 2011. 1. 25. 15:28

 생각보다 쉽게 찾아온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용기백배 의기양양하여 지도를 들고 까사밀라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가지 내가 잘못생각한 것은 산티아고와는 달리 바르셀로나는 대도시이며, 정방형의 계획도시라서 그 길이 다 그 길처럼 보이는데다가 평지의 높은 건물들이라 길을 전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
 
 처음부터 헤매기 시작하더니만 나중엔 어디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도를 펼쳐보고 물어보기도 했으나...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내가 지도를 잘못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올 때 프론트에 까사밀라가 "la pedrera"가 맞냐고 물어볼 때 프론트 직원이 친절하게도 지도에 동그라미를 쳐주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계속 그곳이 사그라다파밀리아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길치의 조건-제대로 안 읽는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리감각도 방향감각도 없다.......지구는 둥글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굳세게 믿는다. 고집이 세다.) 어흐흑...


그래도 처음엔 좋았다. 낯선 거리 풍경과 멋진 건물들. 사진도 찍었다....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그것도 1,20분이지....

한시간이 넘게 헤매다가 지쳐서 택시라도 타야하나를 심각하게 생각할 때 길을 물어본 아저씨... 정말 고맙게도 영어(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로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으허허엉... 한국말을 들어도 이만큼 반가울까... (하지만 내가 까사밀라가 아닌 까사 바요트를 물어봤다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아마 대충 이 정도 헤매지 않았나...싶다. 지도를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 (한 블럭이 100m가 넘네, 이제보니...;;;)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까사바요트... 까사밀라가 산이라면 바요뜨는 바다라고 했던가? 사진으로 봤던 바요뜨는 유리창이 아주 예쁜 건물이었지만, 아트티켓이 적용되는 까사밀라와는 달리 입장료가 좀 센 편이라 패스하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 봤으면 시간이 부족했을 듯)

 
그리고 도착한 까사밀라. 건물에 아직 주민이 산다고 한다. (다 들어찼는지는 알 수 없다)그래서 못가는 길이 많아 복잡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에 가니 가우디 관련 전시물이 전시중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보기엔 지루한 전시들..(그냥 생각 없이 따라왔을테니)
결국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참........쯥.......

 
까사밀라의 백미는 아무래도 옥상이지 싶다. 안전망 때문에 풍경은 좀 망가지긴하지만, 파란하늘 아래의 아름다운 굴뚝(?)들은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까사 밀라의 내부는 이런 식으로 공동(空洞)이 만들어져있다. 근데 이걸 보니 예전 ponte city apartment나 공의 경계가 떠오르는...쿨럭...
2층에도 전시실이 있는 모양인데 보지는 못하고 그냥 다음 장소인cccb와 macba로 출발.




 
이번에 안 헤매려고 지하철을 탔으나... 지하철에서 내려 걸아가며...
네, 그렇습니다. 또 헤맸습니다...........(이번엔 약간)
이 미술관들은 모두 고딕지구에 위치했는데, 이 동네가 영 분위기가 편하지 못한 동네라 덜덜 떨면서 돌아다녔다...




간신히 찾아갔는데, 잉? cccb는 문을 닫은건가? 그래서 macba로 갔다.

개인적으로 미술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평면예술) 그래서 cccb가 궁금했는데. 쩝.(사실 가려고 한 이유는 아트티켓의 본전을 뽑기 위해서였다. 쿨럭)


 

macba에서 본 zerotv는............(먼산)

 
그리고 그날의 하일라이트, 구엘공원으로 향했다. (여기서 하일라이트라는 것은 가장 멋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버스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걷기로 지하철역에서 걸어가기로 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안내판. 아~ 저렇게 가면 되는구나... 라고 구엘공원이라고 쓰여진 곳을 향해 걷는데... 사, 사, 사람이 길에 하나도 없다...

구엘공원은 오가는 길의 인적이 드물고 새똥 소매치기가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무척 긴장을 했더랬는데... 진짜 사람이 없는 거다.
그리고 가는 길은 무슨 오르막길이 그리 꼬불꼬불인지....
간신히 도착했는데..커헉, 어딨어, 도마뱀!!! 보이는 건 황량한 언덕뿐. 구엘공원이 언덕꼭대기에 있는 거 아니었...어?

켁, 여기가 아닌가벼...
공원을 돌고 돌아 내려가니 그제서야 내가 아는 '구엘공원'이 보였다.
이미 몸은 기진맥진... 노을을 보려고 왔건만 예쁘지도 않고. (구엘공원은 동향이기 때문에 노을과 관련이 없다... 차라리 일출을 보러 왔다면 모를까.ㅡㅡ;;)


넋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아래를 보니..... 저기있네, 도마뱀.




 그렇다.. .구엘공원은 넓었다.


(먼산)


난 동네 공원 수준인 줄 알았지.. 뒤쪽으로 운동장이 있을 정도인지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이렇게나 헤맸다. (초록색이 원래 가는 길) 아흐흑...


빨리 돌아가서 쉬고픈 생각 이외에는 아무 것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의 하루는 헤매다가 끝이 났다. 결국 구엘성당과 구엘저택은 근처도 못가봤다. (원래 계획도 안 했었지만)






글 쓰다보니 또 흥분하게 되네;;;
지금이야 이렇게 쉽게 글로 쓰지만, 낯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 혼자 헤매고 다니는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