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올레 10코스#3 - 걸어간다 본문
[뽈뽈뽈/제주] - 올레, 10코스#1 -바람의 찾아 떠나다
[뽈뽈뽈/제주] - 올레, 10코스 #2-해변을 따라 걷는다.
용머리해안쪽에서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자 하멜박물관이 보였다.
겨울에 왔을 때와는 달리 더 유원지의 모습을 많이 띄고 있었다. 바이킹기구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가요가 약간은 거슬렸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하더라도...이런 분위기라면 예전 산방사에서 들려오던 종소리가 울려퍼진다해도 별 운치는 없겠지....
2002년 월드컵 때부터 꽤나 가까워진 네덜란드. 예전 모임일행들과 이곳에 와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꽤나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 바로 뒤에는 간이 음식점이 있어서, 요기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부터 송악산까진 전부 음식점 천지이지만.
평지를 걸어가니 다시 추워졌다. 옷깃을 여미며 걷는데 먼 곳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보인다.
얼마나 추울까....
사계항에 도착했다. 겨울에 차를 타고 지나다가 문득 멈춰서서 한바퀴 돌아보았던 곳이었다.
그래, 어쩌면 자유여행의 맛은 이 때 처음 알았는지도 모른다. 걷다가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멈춰 서는 일. 그 짜릿한 기분을.
정오가 지나자 점점 출출해졌다. 해서 가져온 알루미늄캔에 누룽지를 넣어 불려먹으며 걸었다.
쓸데없는 조끼대신에 보온병을 가져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사계항에서 송악산으로 가는 형제해안도로는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안타깝게도 그 전에 보았던 (제주 사계해안도로(형제해안도로)) 한라산 분화구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걸어가노라니 왜 좋은 해변가에 아무도 없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바로 화석유적지 때문.
근데... 사람 발자국도 화석으로 치던가? 아닌 걸로 아는데.....
송악산 근처쯤엔 많은 펜션들이 있었다. 묵을까~하고 고민하던 사이게스트하우스도 이곳에 있었다.
워낙 평이 좋아서 무척이나 고민했었던 곳이었는데... 도미토리는 자신이 없고 독방은 너무 비싸길래(6만원) 결국 포기하고 그냥 모슬포항까지 걷기로 했다.
물론 멀리 보이는 송악산도 그 결정에 한 몫을 했다.(이 땐 송악산까지 가면 다 간 건 줄 알았다....)
송악산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상당히 비싼 뚝배기.. 물론 오분작도 들어가있고, 작은 바닷가재도 들어가있었지만, 비싼 것은 비싼 것....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얘기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회를 먹지 않는 이상 제주음식은............(내입맛엔 그렇다)
만만하게 보고 올라간 송악산.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올라간 산봉우리는 바람이 너무 거셌다.
말들이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놓은 철조망을 건너가자 바람은 걷지 못할 정도로 불었다. 카메라를 쥐고 엉금엉금 걷다가 결국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는데...
순간 아픈 것보단 '턱'소리를 내며 부딪친 카메라가 더 걱정이 되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재빨리 둘러보니 다행스럽게도 내 뒤엔 사람이 없어서 꼴불견을 보이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예전에 올레 사이트에서 본 누군가가 이곳에서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어찌나 마음에 와 닿는지..
결국 카메라를 집어넣고, 모자를 벗어 손에 그러쥐고, 등산스틱을 움켜쥔 채 엉거주춤한 폼으로 경사면을 기어올라갔다.
남들은 다들 잘 올라가는데 왜 나만 이렇게 균형을 못잡을까...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긴장하면 그렇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폭이 1m남짓한 산등성이를 걸어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간신히 정상에 도착하니 내려갈 길이 까마득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올레길은 정상에서 옆으로 벗어나는 길이었다.
그야말로....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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