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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 오이도는 아무래도 대중교통으로 갈 곳은 아닌 듯 싶다.... 버스만 타고 가니 무려 2시간 30분... 왕복 5시간이다. (자가용으론 한시간, 왕복 2시간..ㅡㅠ)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버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때문에 괴로웠다) 가서도 너무 덥고 일몰은 마뜩찮고 사진은 안찍히고 시간은 너무 남고... .아무튼 기억에 남을 만한 불유쾌한 출사였는데... (사진도 건진 거 없어보이고) 웬걸, 돌아와 살펴보니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게 있기는 하다. 나중에 자가용 타고 가서 조개나 실컷 먹고 왔으면 좋겠다... 안 더울 때.
지나가는 자동차소리, 아이들의 노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의 소리.... 흐려져가는 하늘아래에 저녁이 천천히 다가오면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끝을 알린다. 카메라를 들고 올라선 옥상은 예전처럼 퀴퀴한 물냄새와 돌아가는 팬의 소리로 나를 맞는다. 물끄러미 바라본 하늘 끝에 천천히 바람을 따라 옷을 벗는 것처럼 천천히 흩어져가는 먼 구름이 조그맣게 귓 속에 속삭인다. ".... 여기 함께 있다면 좋을텐데." 넓어져가는 어두운 구름은 조금 남은 석양을 꿀꺽 삼키고 남은 구름을 거칠게 잡아 흔든다. "시끄러워! 그만 해!"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듯한 하루.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 그 끝에 구름은 다시 한 번 마음을 흔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내일은 흐릴거야. 아침부터 쭉. ------------ 오랜만..
이번이 몇번째더라? dslr을 사고 제일 처음 출사랍시고 나갔던 곳이 선유도였다. 그리고 그 후에 몇 번인가 더 갔었고... 오늘은 봉은사를 갈까하다가 복장문제로(삼성동에 또 그런지패션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선유도로 방향을 잡았다. 날이 좋고 사람들도 많았다. 어제 많은 것을 내려놔서인지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편하게 찍었다. 찍은 거 맘에 들때까지 찍고 또 찍고, 렌즈 바꿔 다시 한 바퀴, 또 바꿔 다시 한 바퀴....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찍고 또 찍고.... 엉성한 포즈로 주변의 눈총을 무시하며 또 찍고 찍고..... 해서... 지운 거 합치면 한 500장은 찍은 듯하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랄까? 생각해보면 몇박 여행가도 이정도는 안 찍었던듯한데 말이야...
석양을 찍을 때나 보라색 꽃을 찍으려고 할 때 도무지 보는 색깔이 찍히질 않는다.... a4백지라도 들고다니면 괜찮을텐데 왜 깜빡깜빡하는지....ㅡㅠ 오늘 노을은 보라빛이 예뻤는데 화이트밸런스 맞추다맞추다 결국 실패... 급히 씬모드로 돌려 찍은 건 그야말로 불타는 석양....ㅡㅡ;;;; 싸구려라도 그레이필터를 사야하나보다.... 모노포드도 사고프고.... 볼헤드도 사야겠고... 고릴라삼각대도 사고프고... 가방도 사고프고... cpl필터도 사고프고... 원터치캡도 사고프고... 미치겠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