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겁 많은 길치의 무모한 여행 1 - 비고vigo(bgm) 본문

뽈뽈뽈/스페인2011

겁 많은 길치의 무모한 여행 1 - 비고vigo(bgm)

라온그리메 2011. 1. 21. 03:31

 

 BGM 정보: http://heartbrea.kr/recommend/659812

 

출발 전날 잠이 통 오질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새벽 5시쯤에야 잠이 들었다. 두시간 자고 일어나서 천천히 준비하고 출발하면 되겠구나...싶었다.
시계를 믿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어딘가에서 시끄러운 득득 소리가 들려왔다. 음... 저소린.. 순디가 철창긁는 소리...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허억!!!! 늦잠이닷!!!
정시없이 준비하고 결국 공항버스를 타러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원래 한 번 짐을 더 살펴볼 생각이었는데... 암튼 시간은 그럭저럭 세이프... 그래, 이때부터 알아봐야했다. 무척이나 정신없는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걸... ;;;;


인천공항까지 가면서 또 정신없이 잤다...


원래 에어프랑스를 타게 되었는데, 아싸~~ 대한항공을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대한항공의 시설이 좀 더 나은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승무원하고의 대화도 어려움이 없고 말이다. ㅎ.
환승하기 위해 가는 파리까지... 정말 멀었다. 영화보고 자고 먹고 영화보고 자고 먹고를 반복에 반복. 더 월드라는 어이상실 영화도 보고, 이거저거 꽤 많이 봤다. 더빙판이라서 좀 아쉬웠지만,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자막 보다간 멀미때문에 고생하겠지.... (올 때 보니까 국적기라서 더빙된 영화가 많은 거였다. 역시 국적기가 좋다니까)


좌석은 통로쪽이라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다. 역시 이거저거 찾아보고 결정하길 잘 했구나 싶었다. 사실 창가가 무척이나 끌렸었는데 나중에 보니 창밖 풍경이란 게 거의 살벌한 시베리아라서 창가가 아닌 것이 다행스러웠다고나 할까.  내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은 일본인 어머니와 혼혈인 듯한 아이였는데(이름은 주니..) 꽤 조용하고 귀여운 아이였다. 대한항공에선 애들한테 선물도 주던데.. (입막음용?ㅋ)

몇시간 쯤 탔을까... 승무원이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건냈다.
비고행 비행기의 게이트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나.. 엥? 그랬나? 난 그것도 몰랐다....커헉...
내릴 때 쯤 되니 이번엔 연착때문에 시간이 좀 빠듯할 듯하다고 자리를 앞으로 당겨놓잖다.
그래서 잠시 앉게 된 비지니스석. 참 좋더라... 일등석은 더 좋겠지? 아... 역시 돈이 좋아...

암튼 파리에 내려 덜덜 떨면서 환승게이트를 찾았다. 승무원의 조언에 따라 게이트 번호만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한참을 걸어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내린 게이트... (드골공항은 생각보다 컸다;;)
혹시라도 환승 때 짐에 문제가 생길까 배낭까지 매고 다니는 판이라 움직이는 게 쉽지는 않았다....(아는 게 죄지...먼산)
비고행 비행기는 좌석이 한줄에 세 개밖에 안되는 진짜 작은 비행기였다. 나는 혼자 앉 칸이었다.  작은 비행기라 짐칸에 짐을 싣는 방법도 꽤나 재미있었는데, 그냥 자기 짐을 가지고 와서 큰 짐은 비행기 밖에 있는 짐칸에 직접 넣었다.
비행기에 탄 후 창 밖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날씨가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잠시 오리온자리를 구경하다 정신을 차렸더니 벌써 비고다.


덜덜덜 떨면서 공항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탔다. 호텔까지 가는데 든 돈은 21유로.(맞나? 기억이..;;;) 늦은 저녁이라 도착하자마자 그냥 씻고 잤다.



자기 전에 찍은 창 밖 풍경



아침의 창 밖 풍경


아침에 일어나니 밖은 아직 어두웠다. 원래 일찌감치 산티아고로 갈 생각이었는데 너무 어둡길래 늑장을 부렸다. 창 밖의 야자수를 보니 스페인에 오기는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춥지 않아서 선택한 곳이기도 했으니까.







역까지 걸어가기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호텔을 나섰다. 난생 처음 보는 유럽의 도시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지도를 보 며 한참을 걷는데... 헛, 역이 나타나질 않는 거다. 이거 길을 잃었나? 큰일이닷...;;;
(사실 이때 내 머리 속의 역에 대한 개념은 '긴 철도가 보여야 한다. 철도가 보이는 곳을 찾다보면 역이 나온다'였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역 이미지랄까. 근데 사실 비고는 항구도시인데다가 종착역이므로... 도시 외곽에 있는 역에 연결되는 철도가 쉽게 보일리가 없는 거였다....)
한참을 뱅글뱅글 돌아 겨우 도착한 비고역. 언덕 아래에 있으니 잘 보이질 않지;;;;






열차가 한시간에 한대 있는 줄 알고 신나서 갔는데...커헉... 점심시간은 열차가 없다! 간발의 차이로 열차를 놓친 셈이다.(이건 여행내내 계속 되는 징크스였는지도;;) 다음 열차까지 1시간이 넘게 남았길래 역 주변을 구경하고 돌아다녔다. 마음 같아선 항구로 나가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또 길을 잃어버리면..........?




시를 빠져 나가는 도로인 듯.. 역 바로 옆




우체통인 듯했다. (동네마다 모양도 다르더라)






역 앞 공원에 갔더니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잔디도 파랗고 들꽃들도 피어있었다. 도착 첫날 가장 힘들었던 건 날씨였는데, 긴장한 탓에 땀도 많이 흘린데다가 고어자켓이 생각보다 발수도 잘 안되고(안에 히트텍에 폴라옷에 겹겹이 껴 입기도 했;;;;) 해서 무지무지 더웠다. 땀냄새도 나고.. 괴로웠다. 흐윽... 스페인의 겨울도 쌀쌀하다고 듣고 준비해온 옷이었는데...습...(스페인을 떠날 때 쯤 되었을 땐 그새 적응이 되어서 추웠다.;;)





항구도시라서 그런지 갈매기가 많이 눈에 띄었다. 비둘기도 아니고 큰 갈매기가 도시를 다니면... 좀 겁나지 않을랑가?



종착역이라 열차에 타고 있어도 된다.






내가 타고 갈 열차는 렌페였다. 완전 새 것! 안도 상당히 특이했다. 제일 인상 깊은 건 공간활용보단 쾌적성을 중시했다는 거... 첩첩이 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통로도 넓고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장애인용 휠체어 공간도 있고, 테이블이 있는 4인용 의자도 있고.
종점이기 때문에 널럴하게 앉아서 가는데 사람들이 정말 조용했다. 진짜 조용했다. 사진 찍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 (창가 쪽이 아니라서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었고;;) 결국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가 통로에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한 30분쯤)
그런데 좀 지나니 여러 승객들이 타면서 소란스러워졌고(역시 청소년들은 어딜가나 시끄러워;;;)... 풍경도 비슷해지길래 돌아와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보았다.
그리고 열차표를 확인할 때에야 내가 자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헉;;; 다행스럽게도 역은 지나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뭔 깡이었는지;;;)


 창 밖으로 지나가는 스페인의 풍경. 바다는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계속 해안선을 따라 가는 걸로 기대했었는데;;;)


처음 안내 방송이 나올 때 'proxima estacio'가 지명인 줄 알았다. 푸하하하;;;;;;;;;  정신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덜덜덜덜... 드디어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