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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카메라 들고 옥상 갔다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나중엔 어찌 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냥 우산을 접고 내려왔다. 옥상 바람 무섭...;;; 지금 보니 사진은 촛점이 다 날아갔다. 워낙 무지개가 크기도 했지...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려하는 것은 자기방어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래도 흥~저래도 흥~ 어떠랴, 이것도 삶인데. 이래저래 헤맨 빗 속의 한강풍경은 낯설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거니와 다소의 불안감과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사진을 보았을 때의 실망감을 함께 주었다. 하지만 한동안 정말 잊고 있었던 설레임을 주었다. 아, 이곳은 이런 날씨엔 이렇게 찍으면 좋겠구나. 아, 이런 날씨엔 이런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구나. 다음에 꼭 다시 와봐야지. 다음에 꼭 다시 찍어봐야지. 그래... 그것으로 만족할만한 하루였다.
떠날 때가 되어서 짐을 다 보낸 날에 비가 점심무렵부터 그리 바람과 함께 내려왔다. 오래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그런 날이라고 그리 정해진 날이라고. 떠나는 날이라고. 달아나지 못하고 바로 떨어진 몸뚱이 위로 빗물은 쏟아지고 아직 때가 되지 못한 어린 잎들과 이웃꽃들이 함께 누웠다. 고인 웅덩이에서 헤엄치면서 슬픈 눈으로 아직 곱게 웃는 순진한 내 친구야 어린 너에게도 삶은 참으로 애달프구나. 그래도 서로 어깨를 기대고 함께 있는 짧은 지금. --------------------------- 그런 순간이 있다. 지금 이건 꼭 찍어야 해. 내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숨이 막히도록 인상적인 그런 순간이. 비에 벚꽃 꼭지(?)와 수수꽃다리, 어린 단풍잎, 은행잎들이 우수수~~떨어졌다. 퇴근길에 똑딱이로 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