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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상원사에서

라온그리메 2012. 8. 19. 17:22





오대산의 월정사는 내 기억으론 한 번 이상 찾아간 곳이다. 

솔직히 유럽의 교회들이 그렇듯이

우리나라의 사찰들도 특별한 지식이 없으면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

큰 사찰의 특징인 그늘없는 땡볕 마당은 여름철의 악당이고 말이다.



월정사 윗쪽으로 계속 차를 달려 한참만에 도착한 계곡에서 점심을 먹고 찬 물에 발을 담그며 놀았다.

그리고 찾아 올라간 상원사.


거의 새로 지은 사찰인데, 얼핏보면 테마공원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하고 아기자기하였다.


생각없이 찾아간 곳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동종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문수보살과 세조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번뇌를 없애준다는 긴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불교미술 전시관이 나왔는데,

흔하지 않아 낯설지만 아름다운 불교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의 작가들 작품이라서 현대적인 것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념품도 아기자기 재미있는 것들을 팔았다.



나와서 걷다보니 상원사동종도 보였고, 불교용품 판매점도 보였는데, 

사진 속의 귀여운 동상들은 그 옆에 있던 것들이다.

다른 사찰과는 다르게 정말 공원같은 느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많이 배려하였다는 느낌이 드는

예쁜 사찰이었다.


아마도 쉽게 찾아와지지는 않는

꽤나 외딴 곳에 있어서 이리 꾸며놓을 수 있었겠지.


불경소리가 퍼지는 월정사 본당 앞에서 사진 찍자며 

소리소리 질러 자기 일행을 부르던 사람이 생각나

그냥 쓴웃음이 나왔다.





종교적인 장소가 주는 안정된 감정은

스스로를 신에게 맡긴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차분함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신교의 예당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지 않는 것일까?



세상엔 부러운 사람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신심이 두터운 사람인데

자신이 믿는 신이 

스스로가 어떠한 일을 한다고 해도

믿는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을 지켜주고

사랑해주고

보살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이성적으로나마 알고 있기때문이다.



기댈 곳이 없을 때

신앙에 힘을 얻으려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어떠한 마음인지 나도 급박할 때마다 얍삽하게 여러 신들에게 기도하며 알고 있는 것이라서

나는 가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참 부럽다.




신경을 온통 곤두세운 혼자 여행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이 즐겁게 웃고 떠들며 했던 강원도 여행이

어쩌면 나에게는 길고 지치던 유럽여행보다도

더 즐겁고

더 달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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