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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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담을 것인가 가슴에 담을 것인가

라온그리메 2009. 9. 14. 20:17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문득 바라 본 서쪽 하늘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로 머리 위는 온통 먹구름인데, 눈에 잘 닿지 않는 먼 하늘만은 주홍빛으로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문득 사진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달려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숨도 쉬지 않고 계단을 뛰어 올랐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계단으로 7층을 뛰어 오르니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었다.




















 늦었다. 이미 늦어버렸다. 5분, 아니 2분만 더 빨랐더라도 내가 보았던 그 하늘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을. 아쉬움이 너무 남았다. 그나마 늦게 담은 것은 급한 마음에 들고온 초망원(?)렌즈 덕에 다 흔들렸..........다.








 숨을 돌리고 주변의 야경을 대충 찍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 순간에 사진 찍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늘을 구경했더라면 어땠을까?'

 먹구름과 지평선 사이에서 빛나던 주홍빛 석양. 기묘한 모양으로 밑에서 솟아올라있던 구름들. 마치 순간 말머리 성운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더랬는데. 




 바라보았더라면, 넋을 놓고 보기만 했더라면 분명 나는 후회했을 것이다. '아, 사진으로 담을 걸.'
  항상 그렇듯이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사진으로 남겼더라도 '왜 이따우로 밖엔 못찍는거야아~~'하며 머리를 쥐어 뜯었을른지도 모른다.(하하하;;;)

 


 예전 채석강에서 놓쳤던 그 석양처럼(그땐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렸더랬는데...ㅡㅠ) , 오늘 놓친 이 노을도 기억에 남을른지도 모르겠다. 
 다음 이런 순간엔 한 번만 더 고민해봐야겠다. 마음에 담을 것인가,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카메라를 움켜쥔 채 또 달릴 것인가를.



 






 그나마 건진 야경 사진 딱 한 장. 삼각대가 필요해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