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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날의 두근거림

라온그리메 2009. 4. 4. 23:13

 동갑네의 장례식에 다녀 온 후 생각에만 있던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냅다 예약하고 나서.... 근 이주일을 정말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하였다. 4월이 되어서야 진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정식으로 준비를 시작하니 시간이 또 빠듯... 예약하려고 전화한 숙소들은 이미 다 만원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잠버릇만 괜찮다면 게스트하우스도 즐거울 것 같은데... 나이도 그렇고 잠버릇도 그렇고... 낯도 가리는 편이라 결국 포기했다. 많이 아쉽기는 하다.


 정말이지 큰 용기를 가지고 떠나는 제주도 올레여행. 코스에는 집착하지 말고... 그냥 발길 닿는 데까지만 욕심부리지 말고 가자고 자꾸 되뇌이고 있다.

 모자를 사고, 윈드스토퍼를 사고, 머리 묶을 방울을 하고, 간식거리를 사고... 이러저런 것들을 사서 싸다보니... 가방이 마음에 안들어 오늘은 가방을 바꿔볼까~하고 나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물론 좀 (많이) 작은 가방이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가방은 50l는 되야하는지라... 근 10만원돈을 들이는 것은 좀 무리다 싶기도 해서이다. (지금은 좀 후회가 되기는한다.)
 오늘에야 완성한 나만의 올레북(버스코스라든지 지도라든지 설명이라든지 잡다한 자료들을 붙여놓은 핸드북)을 보니 나름 뿌듯하다.

 짐을 챙긴다고 꾸역꾸역 넣고 보니... 카메라때문에 무게가 꽤 된다. 맘에 안드는 가방님의 무게도 1.5kg이나 되고... 물도 사서 다 합치면 한 5kg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걸 메고 첫날 근 15km를 걷게 된다. 내 최고 기록이 12km인 걸 생각하면... 그리고 전혀 준비가 없었던 것과 요즘 늘어난 몸무게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좀 많이 무리하는 것 같기도하다. (그래서 광치기해안을 포함하는 마지막 3km는 담 날로 미뤄볼까~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갈 수 있을 만큼 가봐야지.

 오늘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가느냐, 누구랑 가느냐... 제주도에 간다. 근데 두번째 질문에는 답하기가 좀 그랬다. 그냥 갔다와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올해들어 두번째 제주라 연애 중이라 오해를 하시는 듯도 하다. 그저 죄송스러울 뿐...  하지만 혼자간다고 하면 잔소리를 하실 것 같아서 못된 자식은 그저 숨기기만 한다. 그런데 그래서 기분이 참 .... 그렇다.

 11시가 되어서 설겆이를 하고, 쓰레기를 몽땅 내다놨다. 내일 아침엔 한 번 물걸레질도 하고 갈 생각이다. 겨우 이틀비우는 것인데 왜 이리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혼자 가느는 여행, 잠을 자는 여행으로는 가장 길고 가장 멀리 가는 것이 될 듯하다. 게다가 최초의 걷는 여행.... 여자 혼자 움직이기엔 무서운 세상이라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배낭 한 구석에 쑤셔 넣어둔 호신용 스프레이와 등산스틱에 의지해서... 조금 용기를 내어 걸어볼 것이다. 

과연 어떤 것들을 볼른지... 느낄른지....

여행 전날의 두근거림... 이래서 여행이 점점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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