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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의 일출을 보러 가다

라온그리메 2009. 8. 16. 18:56

 


 밤을 꼴딱 새우고 5시가 될 무렵 갑자기 한강에서 해뜨는 것이 찍고 싶어졌다. 생각난 김에 해버리자고 급히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직 밤인 거리에서 택시를 집어타고 일단 동작역으로 가자고 했다. 한강대교를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 듯해서 정한 동작대교. 근데 어렵쇼? 오히려 한강대교가 더 가깝네?
 기사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한강 노들섬.

 


 


 항상 지나가며 보던 한강대교였는데, 솔직히 섬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걸어서 건넌적도 몇번 있는데;;;)
 원래는 그냥 한강대교나 시민공원에서 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는데 먼저 도착한 오토바이 커플이 계단을 내려가는 걸 보고 냉큼 따라 내려갔다.
 노들섬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철계단이었는데... 항상 그렇듯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주제에 사진찍는다고 하면 약간 지각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무리 없이 내려갈 수 있었다. (반대로 올라 올 땐 다리가 후들거려 혼났다)

 

<요건 올라와서 찍은 사진>





 내가 내려간 쪽은 헬기장이 있는 쪽으로 드문드문 밤새도록 낚시를 한 사람들이 보였다. 쭉~ 걸어가며 해가 뜰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아직 달이 하늘에 떠 있었고, 다리들의 조명도 켜진 상태. 문득 그제서야 삼각대를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못살아... 나오면서 챙긴 것이라곤 고작 배고플까봐 집어넣은 과자와 빵, 물 한 병.OTL

 어차피 삼각대를 가지고왔더라도 70-300에겐 도움이 안되었겠지만, 예쁜 다리들을 보니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계속 커졌다;;)

 
 




지나가는 새를 찍으려 하였으나 실패. 주위는 점점 밝아지는데 건진 사진은 없고... 해는 통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으으... 흐려서 안뜨나...라고 인상을 쓰고 있는데 문득 건너편 아파트 창에 붉은 기가 비치는 것을 발견했다.

 

 




어엇, 자리를 잘못잡았구나! 깜짝 놀라 급히 자리를 옮겨 방향을 트니 아파트 사이로 올라오는 해를 볼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하지만 찍고나서 보니 일출인지 일몰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거...ㅡㅠ

 

 


  해가 얼마만큼 뜬 후 섬 구경을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으며 걷고 있는데... 문득 노숙자인듯한 사람이 돗자리를 뒤집어쓰고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가슴이 털컹. 

 꽃같은 내가... 생각해보니 호신용으로 쓸 것은 아무것도 없이 온 것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것들은 당연히 없고...나름 대비는 많이 하고 다녔는데.... 왜? 나는 꽃 같으니까.

 




 농담이다........... (집에 와서 거울 보고 '난 역시 몸이 무기구만'이라고 다시 한 번 안심을...(응? 왜 눈에서 비가??))





 아무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데... 좀 다가가서 보니 낚시대가 보였다. 알고보니 낚시꾼. 나름 안심을 하며 계속 걸어갔는데.... 몸을 보호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왜 그리 무서운지... 어쩌면 준비성이 이리 없냐...정말 무모하다....라고 계속 나 자신에게 꾸짖을 수 밖에...




 미리미리 낚시자리를 선점하려는 사람들도 꽤 보이고, 낚시를 그냥 즐기러온 사람들도 보였다.  한 번 불안한 마음이 들자 계속 곤두서있었는데, 노들섬에서 빠져나오며 만난 할아버지의 푸근한 미소를 보고 세상을 험악하게만 보는 내가 참 부끄러워졌다.....(하지만 그래도 준비는 필요하다는 거.왜? 후회는 빨라도 소용이 없으니까.)

 나와서 보니 노들섬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반대편으로 가면 편한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음을 위해 기억해두었다. (라고 하지만.. 그러려면 반대편에서 와야한다는 거...OTL)

 

 

 맨날 공사중인 한강대교를 마저 건너 용산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제 해는 꽤 높이 올라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눈에 많이 띄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내 자신이 약간 반성이 되었다.(나는 아직도 어제 사람이므로;;)


 한때는 분명 지하철변이라 가격이 꽤나 낮았을 대우 트럼프타워를 지나가며 "여기서 살면 좋~~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한강은 원없이 볼 수 있겠지. BUTTTTTTTTTTTTTTTTTTTTTTTTTTT 로또맞기 전엔....ㅡㅡ;;;



 그렇게 해서 두근두근 한강 노들섬 대탐험(응?)은 끝을 맺었다. 항상 마음에 두었던 한강 일출이었던지라 묵은 숙제를 한 듯 속이 시원하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물론 그 땐 제대로 준비해서 가야겠지.



** 원래 해가 5시 30분쯤 뜨는 줄 알고 부랴부랴 택시를 탄 것이었는데, 실제로 해뜨는 시간은 훨씬 후였다. 이 정도라면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할 듯 하다. (한강해돋이는 9월쯤 지하철로 동작역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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