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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뽈뽈/서울

카쉬 사진전에 다녀오다

라온그리메 2009. 4. 4. 16:52

slrclub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배송료 착신부담으로 날아온 티켓 2장.... 신이 나서 열어보니 4월 3일까지.....
이래저래 미루다가 하루 남기고 부랴부랴 다녀왔다.


 내 기억 속의 어두침침한 지하주차장과 꽤나 돌아가야 했던 길과는 달리 '서울 아트 센터'라는 이름이 붙은 통로는 정말 으리 뻑쩍지근~해 보였다. 사실... 예술의 전당이나 몇몇 공연장들에 갈 때마다 나는 조금씩 기가 죽는다. 뼈 속까지 지독한 서민이다보니 어쩐지 이런 곳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달까..? 같은 돈을 내고도 허름~한 대접을 받는 동네에서 오래 살다보니....쯥;;;


 아무튼... 한가람 미술관 앞으로 갔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 것이...그게 몇년전인지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 물론 오페라 극장쪽은 몇 번 더 왔었지만... 암튼 카쉬전 입장권 파는 곳에서 좀 어슬렁거렸다. 왜? 나름 이벤트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내가 하기로 마음 먹었던 이벤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남은 티켓 한장을 표 사러 오는 사람에게 뿌리는 것이었다. 버리면 아깝고... 누굴 주자니 날짜가 너무 촉박하여 어차피 죽은 티켓이었으므로.
 잠시 기다리는데 한 커플이 쪼르르 달려와 티켓을 사고, 사진을 찍으며 희희낙락.... 타이밍을 놓쳐서 패스. (별로 주고픈 생각도 안들었음....ㅡㅡ)
 그리고 잠시 뒤에 한 여자분이 오길래 "표 사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암표상같아 보였는지 약간 거리감을 보이며 "네~"라고 대답하는 그 아가씨에게 "남는 표에요. 쓰세요~"라고 티켓을 패스. 좋아라~하는 아가씨를 뒤로 하고 전시관으로 들어섰다.

 
한가람 미술관은 2개의 전시가 한창이었다. 하나는 클림트전, 하나는 카쉬전. 클림트전은 1,2층을 쓰고 카쉬전은 3층에서 하고 있었다. 클림트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명의 나무'를 좋아해서 볼까~했는데 입장권이 무려 16000원. 따지고 보면 큰 돈은 아니지만 역시 문화생활에 투자하기에 나의 정서는 참으로 메말랐으므로... 그냥 기념품점만 구경하고 패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보니 층마다 카페가 있었다. 좁은 미술관 안에 카페가 몇 개야, 도대체.. 분명히... 저번에 왔을 땐 자판기에서 뽑아서 숫자가 적어 차지하기 힘들었던 의자에 앉아서 먹은 것 같은데... 참 세월이라니... (음... 계산하니 적어도 5~6년은 훨씬 넘은 듯;;;)





 카쉬전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물론 멋진 인물사진들을 보게 되어서 좋기는 했지만, 솔직히 내 마음에 제일 들었던 것은 솔랑쥬의 나무 사진이었고... 다른 '위인'들의 사진은... 뭐랄까... 너무 식상하달까... 맨날 보던 거니까..(게다가 예전에 집에 life사진집이 있어서 더 눈에 익었;;)

 물론 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서 그 인물의 이미지로 잡아주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시회는 솔직히 '사진'보다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춘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행사도 그렇고;;) 게다가 대형사진을 기대하며 갔는데, 실제 인화사진(커봤자 4절 정도?)의 사진들이라 그 점에서도 실망. (물론 주최측에서는 작가가 직접 인화한 사진이며, 작품소장관의 것을 그대로 공수한 것에 상당한 의미를 두는 듯 했지만....대형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사진들을 보며 카쉬는 이 많은 사람들-한 분야에서 정점을 이룬-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상황에서 사진을 찍었을지 궁금해졌다. 기술적인 부분도 궁금하긴 했지만 말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길래 저 인물들은 저런 표정들을 짓는 것일까.... 영화배우들이야 자신의 얼굴표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잘 조절하겠지만 나머지들은 아닐텐데.... 그의 대화 기술이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바퀴 둘러보고 나갈까~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저, 아까 저한테 표 주신분이죠?"

 표를 받았던 그 아가씨였다. 고맙다면서 나에게 과자를 건네줬다. 아앗, 이런 기분 좋은 일이...^^


 그런데 과자를 건네주는 순간 뭔가가 그녀의 가방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휴대폰.....;;;; 과자를 받고 인사하고 돌아서면서... 과연 휴대폰이 무사할른지 참으로 걱정되었다. 표 한장에 휴대폰이라면... 절대 등가교환은 아니니 말이다;;;

  6시 30분에 우리나라의 유명한 인물사진 작가의 도슨트가 진행된다고 해서 잠시 기다렸는데... 생각 외로 준비가 부족한 듯하여 조금 듣다가 그냥 나왔다. 역시 일을 잘하는 것과 잘 설명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다녀와서 느낀 것은 이제는 우리나라도 전시회 등에서 꽤나 많은 기념품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물론 내 눈에 쏙 들어오면서도 내 지갑에 딱 맞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기념품들 구경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카쉬전은 낱장서류철이라든지 엽서 등을 팔았는데... 살까~하다가 참았다. 사다 놓으면.................................. 짐이니까, 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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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과자, 진짜 맛있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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