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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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그리메 2015. 10. 3. 20:44


이 날은 송악산에 가기로 한 날.

송악산은 너댓번은 간 듯 한데... 실상 제대로 올라간 건 한 번 밖에 없다;;;

첫번째 올레길에서 올라갔던 산방산은 민둥산이었고, 분화구길은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었다. 말들은 무서웠고, 길은 낯설었고...기타등등....

암튼 그래서 다시 올라가기 싫었기에 다시 갔을 때는 남들 산에 갔다 올 동안 밑에서 빈둥거리곤 했다.


두번째 올라갔을 때는 정상은 폐쇄되어있었고,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있었다. 암튼 이래저래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에 정한 목적지였다.


아래는 2009년에 찍은 송악산 사진들.









앞으로 이런 사진 찍을 기회는 다시는 없으려나? 








지도에서 버스 경로를 찾아보니 이교동삼거리가 그나마 송악산과 가까와보여서 이교동삼거리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951번 타고 가기에는 시간표 맞추기가 번거로워서리...



멀리 보이는 산방산.




형제섬이 보이는데... 어째 좀 무서웠다. 뭐랄까... 거리도 엄청 가깝게 보였고. (다른 사진들이랑 지금 비교해도 무척 크게 보인다)

문득 그레이트올드원을 보는 듯한...쿨럭...

오랜만에 밭길을 혼자 걸어서였을까?




멀리 보이는 송악산. 봉우리가 살짝 보인다.






원래 경로는 1번에서 그냥 쭉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가다가 다시 지도를 보니 송악산리조트와 만나는 길이었다. 생각보다 송악산에서 멀어진 곳이고, 어차피 돌아갈 때 산방산에 버스를 탈 예정이었기 때문에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

길었다... 후회됐다.

밭을 가로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가로지르기도 애매하거니와 만만한 곳에선 밭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리 눈치보여서 그냥 계속 걸었다.


.... 눈치보여도 가로지를 것을. ㅠㅠ


결국 한 1.5km는 걸어올라간 듯 하다.

총 거리는 한 6km 안되는 정도. 





가는 길에 보니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10코스나 11코스 걷는 사람들이 이용하면 딱 좋을 듯.

카페도 있었는데, 과감히 패스...



형제해안로는 새로 만든 도로였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쿨럭;;) 산등성이로 한가롭게 나대던 말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도블럭 공사가 한창인, 날볕 도로만이 나를 기다렸다.

 

위 사진은 지나가다가 꼭 게가 매달린 거 같아서 찍은 것.








솔~~직히 이날의 주요 목표는 송악산보다는 스타벅스였다.

예전 지인들과 비오는 송악산에 왔을 때 혼자 비맞으며 기다린 처량맞은 기억이 있기에 얼마전 지나치다가 본 스탁벅스는 쇼킹함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어... 여기에 스타벅스가 있어!!!를 외칠 정도였으니...






스타벅스를 좋아하면 허세를 부리는 듯하여서 즐긴다고 말은하지는 않지만, 나도 나름 스타벅스 매니아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어딜가나 스타벅스가 있으면 스타벅스만 들어가는... 비단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라는 게 참.. .물론 낯선 곳을 싫어하는 탓도 있기는 하다. 


그렇게 도착한 스타벅스에서 치아바타로 점심을 때우고 고민에 빠졌다.

송악산에 갈 것이냐, 산방산으로 빠질 것이냐.


..............


그냥 산방산이나 가자.







산방산에 가는 길은 바닷바람과 파도가 합작하여 물방울로 안경을 가리는 그런 길이었다.

미친듯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에서 짭짤함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윈드 서핑하는 사람이 보였다. 존경존경...


송악산에서 송악리조트 사이에는 건물들이 엄청나게 많이생겼다. 살짝 뒤로 앉아있던 사이게스트하우스는 이제 잘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송악산 뒷길로 인해 송악산자락이 사라진 것 못지않게 빽빽하게 들어차는 건물들에 마음이 불편했다. 뭐.. 편의시설이 많아지는 걸 생각하면야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난중에 이거 꼭 타봐야지. 찾아보니 2만원 정도 하네. (..............;;;;;)




겨울에 방문했던 스테이위드커피숍에 들러 원두를 사고 문득 생각에 잠겼다.



꼭 산방산에 가야하나?



게으름을 누가 말릴까..

결국 사계리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부터 정신없는 바람과 비 덕분에 꼼짝도 못했다는 슬픈 얘기...커흑...


지금 보니 한 10km 걸었나보다.

음..그 정도를 그 시간에 걷다니... 옛날에 비하면  체력이 붙긴 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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