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멋진 우리 집 뒷산 등산로(호암산, 독산자락길) 본문

뽈뽈뽈/동네

멋진 우리 집 뒷산 등산로(호암산, 독산자락길)

라온그리메 2012. 5. 25. 22:41

 이 동네에 살게 된지 이제 근 7년이 되었지만, 뒷산에 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3년전인가 그렇다. 우리 집 창문 방향이 마을 쪽을 향하고 있어서 산쪽으론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 내가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해서였을 것이다.

 등산을 싫어하게 된 것은 함께 등산하시는 분들보다 떨어지는 체력 때문이었다. 남보다 느리게 가는 걸음걸이는 함께 등산하는데는 민폐일 수 밖에 없고, 자격지심에 혼자 버벅거리며 죽어라 걷다보면 이건 뭐하러 산에 온 건지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기 때문이었다....(바닥만 보고 화내면서 산에 오르는...크흑.... 하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나름 주변을 살피는 습관도 생긴데다가 요즘에는 그나마 예전보다는 체력이 나아진 편이라 산길을 걷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만은 않다.)

 

 살짝 추웠던 지난 초봄, 너무나도 청명했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날, 제주 여행 다녀온 후 집에만 박혀 있던 나 자신에게 넌더리가 날 때쯤(카메라는 먼지만 수북) 무슨 생각인지 큰 맘 먹고 뒷산으로 향했다. 그렇잖아도 예전에 한 번 올라왔던 뒷산은 숲이 너무 우거지고 어쩐지 좀 불안한 기분이 들어 다시 찾지 않게 되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올라간 것이었다. 그런데....  산이 훵~~하고 길이 뻥뻥. 당황스러울 정도로 나무들이 싹 다 잘리고 길이 넓게 뚫려있었다. 그 당시엔 등산로를 만들겠다고 나무들을 다 잘라내버린 모습에 혀를 끌끌차면서 잠깐 걷고 돌아왔었다. 그날의 수확이라면 등산로가 호암산까지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는 정도.

 

 좀 더 날씨가 좋아졌을 때, 무리가 가지 않도록 큰 맘 먹고 조금씩 조금씩 행동반경을 넓혀나갔다. (요즘 다니는 길을 뚫기까지 무려 4회의 시도가 있었다는...헐..쓰고보니 황당하네) 따뜻한 봄날에 맑은 하늘, 아름다운 새소리와 꽃들로 얼마나 등산이 즐거웠는지 다음엔 꼭 카메라를 가져오리라~오리라~생각은 했지만 생각만 하면서 결국 봄날을 다 지내버렸다. 결국 제비꽃도 아까시 꽃비도 다 놓쳐버렸...ㅡㅠ)

 

 오늘 낮, 오랜만에 시간이 나길래 카메라를 챙겨들고 등산로로 나갔다. 투바디를 커다란 카메라 가방에 넣고는 최단코스로 열심히 걸으면 늦어도 40분이면 닿는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 느릿느릿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나름 만족스럽다. 하하하!!!

 

&&내가 걸었던 등산로: 난향동 아파트 옆 산길-주택가-산길-금천체육공원-독산고등학교

 

 

 

 

 

 

 

 

격하게 아끼는 이 길...

지금은 계절이 좀 지나버려서 그렇지만 봄에는 양 옆으로 애기똥풀과 자잘한 들꽃들이 잔뜩 피어서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둘러가야하는 산길이 싫어 통과하는 마을길. 오늘은 공사가 한창.

이 하수관을 보니 어릴 때 놀던 생각이 많이 났다. 요즘엔 보기 힘든 물건...

요즘애들은 이런 곳에서 위험하다고 못놀게 하려나?

 

동넷길 참새

 

어디든 자리만 있으면 식물을 키우려는 건 누구나 같다. 그런데 이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젊었을 땐 화분같은 거 이해 못하고, 꽃다발이 싫었는데

좀 나이가 드니 화분이 좋고 꽃다발이 좋다.

어린 남자아이가 나에게 왜 꽃다발같은 게 있냐고 묻더라. 어차피 시들거 아니냐며.

살아있는 걸 꺾어 담는 게 몸서리 치게 싫었던 어린 시절이 나도 있었는데... 요즘엔 그래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꽃다발과 꽃바구니는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 점점 이기적이 되는 건가? 그래도 어린시절 이후 내 손으로 꽃을 꺾지는 않는다.

더 나이가 들면 나도 채소를 열심히 열심히 키우게 되려나?(어차피 빛 안드는 집이라 키워봤자겠지만;;;)

 

 

 

 

동넷길이 끝나면 다시 등산로로 올라가야 한다.

 

 

 

 

 

아까시 꽃잎이 잔뜩 떨어진 풀숲. 지금은 노랗게 변했지만 지지난주엔 향기로 숨이 막혔고, 지난주엔 하얀 꽃잎이 벚꽃보다 아름답게 떨어졌더랬다.... 아, 게으름이여. ㅡㅠ)

일반인들은 아카시아라고 부르고 있으나 오스트레일리아나 유럽에서 자라는 아카시아와의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학계에서는 아까시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유럽산 아카시아는 콩과에 속하는 상록수로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에 걸쳐 500종 내외가 자라고 있다. 대만 남쪽에서 자라는 상사수(相思樹)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종류이다.

 

 

 

 

 

 

 

 

동넷길을 바로 올라가면 사람들이 숲에 자리를 깔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숲에 가려 보이지는 않음)

아예 텐트를 치고 느긋하게 노는 연세 지긋한 분들을 보는 것도 자주다. 일부러 바리케이트처럼 터를 닦아놓은 곳이 종종 있다. 사람들이 노는 건 말릴 수 없지만 쓰레기 정돈 잘 치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등산로가 잘 닦이기 전부터 있었을 테니스(?)장.... 솔직히 흉물스럽다.(쿨럭)

자리가 없어 산위에 터를 닦았어야 할 사정은 슬프긴한데... 주변경관과 잘 안어울리는 건 사실이다.

 

 

 

 

이 등산로에 푹 빠지게 만들어준 길.

사람이 지나면 그곳엔 길이 생긴다고 한다. 너른 공터에 여러 갈래로 난 좁은 길을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이라니!

처음 봤을 땐 역방향(높은 쪽)에 풀이 없었던 때라 길이 잘 보였는데 정말정말 예뻤다. 내년엔 풀 자라기 전에 와서 꼭 찍어야지....

 

 

 

 

세마리를 찾아보세요.

 

 

 

겁없던 산비둘기.

 

몸길이 약 33cm, 날개길이 19∼20cm이다. 몸빛깔은 잿빛이 도는 보라색이 바탕을 이루며 목 양쪽에 파란색의 굵은 세로무늬가 있다. 날개깃꽁지깃은 검은 갈색이다. 먹이는 낟알과 나무열매가 주식이지만 여름에는 메뚜기나 그 밖의 곤충류도 잡아먹는다. 3∼6월에 나뭇가지 사이에 마른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둥지를 틀고 한배에 2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에게는 콩이나 그 밖의 식물성 먹이를 반소화시켜 암죽 모양으로 된 것을 토해서 먹인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사냥새이며 농작물에 다소 피해를 준다. 낮은 야산과 구릉 숲에 살고 겨울에는 농경지 부근이나 도시에서도 산다. 한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텃새이다. 한국·일본·중국·시베리아(남부)·사할린섬·히말라야 등지에서 번식한다.

 

 

 

돌탑....

초봄만 하더라도 이거 보고 마음 아팠던 것 같은데, 오늘은 하나도 생각 안나더라. 역시 시간이 약인가보다.

 

 

이 길에 들어서면 항상 고민하게 된다.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내려올 땐 미끄러지기 쉬운 길이기도 하고, 가파른 경사가 윗쪽으로 계속된다. 물론 거리는 무척 짧고, 여기만 통과하면 거의 내리막길이지만, 그 내리막길 역시 경사가 꽤 가파르다...

오늘은 이런 저런 이유로 왼쪽길(금천공원 쪽)을 선택했다. 길 건너서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게 귀찮긴 하지만, 헥헥거리며 계단길으 올라가기가 싫었달까.

 

 

 

 

 

 

 

 

공원쪽엔 들꽃향기원이라는 식물원이 있다.

 

아까시 꽃잎이 엄청나게 쏟아지길래 찍어보려 하였으나 실패. 동영상을 시도했는데 헉, 메모리가 모자라다네;;;

 

 

 

 

 

 

 

산울림다리.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마음에 든단 말이시.

 

 

 

다시 오르막길이다. 요 길도 꽤나 예쁘다.

 

 

이쪽 등산로는 올해초에 만든 것인지 여기저기 나무 잘라 놓은 것이 꽤 많다. 특히 주택가쪽으론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무를 벌목해서 민둥산이 보기 민망할 정도이다. 한 3,4년쯤 지나면 나아지려나?

 

 

그 민둥산 아랫쪽으로 누군가 벌을 치고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어마어마한 벌떼... 좀 무서울지경.

이걸 보이 문득 작년과 올해초에 본 죽은 벌들이 생각났다. 아마도 이 벌떼가 주변을 자꾸 돌아다니니까 사람들이 약을 치는것이 아닐까?

 

근데... 주택가에서 벌 쳐도 되는 건가??

 

 

 

좀 더 걷다보면 갈래길이 나온다.

하나는 학교 옆길이고 하나는 학교 아래의 길이다.

아랫쪽 길 밑으로는 무허가촌이 아직도 남아있다.

예전에 동네 사진 찍으러 갈까...하는 생각을 잠시 하여다가 관둔 적이 있다. 누군가 우리 동네와서 사진찍으면 기분이 별로일 듯 해서리...(라고 하지만 항상 안 찍는 건 아니다.)

 

 

 

 

철조망 대신 사용한 침대 스프링들.

침대가 한 다서여섯개는 옷벗겨진채 담벼락을 하고 있었다. 이건 오늘 처음 발견한 사실인데 꽤나 웃었다.

 

 

 

 

역시 내가 아끼는 길. 나름 소나무길이라고 이름붙여줬다. 운이 좋으면 진한 솔향기를 맡으며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중간엔 커다란 바위들이 잔뜩 있어서 운치 최고!!!

이렇게 예쁘고 평탄한 길이 동네 뒷산에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지.

 

 

 

 

 

 

 

 

 

 

 

 

 

 

그런데  며칠 전 이 길을 지나다가 안전차단선을 보았다. 뭐지? 설마 여기다 무슨 건물이라도 지으려나~걱정했는데 알고보니 산불이 났던 거였다.오늘은 아니었지만 그날은 나무 탄 내도 엄청 진동했다.

왜 불이 났을까? 설마 담배.....???

 

 

이제 목적지가 코 앞이다. 소나무길을 벗어나려고 하니 땡볕이 반갑게 맞아준다.

얼마나 더웠나하면... 카메라에서 열기가 후끈후끈할 정도였다.

정말 나가기 싫었어...흑흑흑...

 

 

 

 

뒷산이라는 것의 강점은 바로 코 앞이라는 것. 게다가 이 길은 출구 앞으로 다 버스가 다닌다. 그냥 걷다가 힘들면 마을로 들어가서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꿈이 현실로!

 

여기에 좀 더 설명을 붙이자면... 벌써 10년도 훨씬 전에 지리산에 갔을 때를 말해야한다.

겁없이 멋모르고 도전했던 천왕봉에 질려서 그야말로 울며 기어내려왔던 중산리길에서 법계사 안내 표지판을 보았을 때 나는 정말이지 그곳까지만 가면 버스가 다닐 줄 알았더랬다.

오매불망 버스를 바라며 내려갔던 법계사... 헐...산 한중턱이더라.

다시 몇 km를 기어 내려오며(중산리길은 바위가 엄청나게 많은 길이라서 바위 위를 뛰어다니지 않는 한 계속 기어내려올 수 밖에 없다, 나같은 사람은. 음... 어쩌면 그래서 산이 더 싫어졌는지도.)

아무튼 그 때 꿈꾸던-등산로 바로 아래 버스길이 여기 있는 것이다. 하하하!!!!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걷기엔 무척이나 멋진 길. 그러나 대낮에 걷기에는 그늘이 부족해서 좀 힘들었다. 집에 오니 썬크림을 발랐음에도 팔이 까맣게 타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간을 잘 맞춰서 다시 카메라 들고 올라가고 싶다.

 

동네에 산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참고: http://cafe.daum.net/gcparks/ 금천의 공원

 

 

 

 

 

'뽈뽈뽈 > 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무지개 뜨던 날  (0) 2014.08.11
동네 구경  (0) 2013.05.08
밤, 벚꽃  (0) 2012.04.20
보라매 공원의 가을  (0) 2011.11.12
오랜만에 옥상에 갔다.  (0) 201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