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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사진

헤매다

라온그리메 2009. 9. 11. 20:06









 예전 어떤 노래처럼 


집에 오는 길은 가끔 너무 길다.






 문을 열고 열쇠를 가방에 넣고, 환기를 시키며 손목시계를 풀고 가방을 내려놓는다.
 룸메이트의 안위를 잠시 살피고 하느작하느작 작음 움직임에 안도의 숨을 쉰다. '아직 살아있구나.'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지운다. 그리고 대충 때울 끼니를 준비한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스치며 하루가 끝나면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듯한 허망함에 잠시 우울해진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마음과 다 귀찮다는 마음.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과 다 귀찮다는 마음.
 숨을 쉬고 내일을 걱정하는 것조차 다 귀찮다는 마음.
 항상 이기는 것은 귀찮다는 마음, 학습된 무기력.


 온기를 그리면서도 그것이 내것이 아닐 것임을 미리 예상하고, 한달을 일년을 평생을 미리 그리는 최악수.



 무기력이란 두려움에서 오는 것에 다름 아니니.....









 살아야지, 살아야지. 살아야지.


 지치지 말고 살아야지.


 지나갈 내일에 오늘을 후회하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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