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그리메의 [바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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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산길에서

라온그리메 2009. 3. 2. 20:48


 가다보면 나오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낯선 길을 간다.
 나무들은 아직 봄 앞에서 메말라 하늘로 가지를 뻗대며 비를 부르고 나뭇잎들은 아직도 매달려 작년을 그리워한다.

  원래 계획에 없었던 산행. 바닥이 맨질맨질한 운동화를 신고 가는 산길은 얼었던 땅이 녹아 미끄러웠다. 

  처음 가보는 길. 그저 입구에 있던 무책임한 이정표를 믿고 걷기 시작한 길엔 여기 저기 갈래갈래 길이 갈라진다.  지도를 통재로 머리에 넣어야 안심이 되는, 내 위치를 수시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단순한 방향치인 내가  낯선 길을 찾는 건 왜 이리 좋아하는지 나로서도 알 수가 없다. 그저-걸어왔던 재미없는 길을 다시 걸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만 확실할 뿐.

 그저 방향감각에 의지하며 걷는 길... 가장 무서운 것은 길을 잃을까하는 공포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공포. 가장 두려웠던 장소는 노숙자들이 만들어놓은 듯한 지붕없는 움집이었다. 여기에 사람이 있었더라면-하는 공포.

짧은, 너무 짧은 산행이었다. 겨우 몇십분도 안되는 1km남짓한 짧은 산길.


홀로 걸을 때 항상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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