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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나홀로 1박 여행

라온그리메 2008. 10. 25. 20:34

 오랜만에 맞이한 평일휴일이었던 24일 아침. 늦게 잠이 들었지만 평상시 기상시간에  일어나 9시경까지 멍하니 tv를 보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싶어 어제 대충 싸둔 짐을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강남고속버스터니널에 가면서 함께 탔던 에티켓이라고는 없는 고등학생들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은 했었으나 그냥 나선 김에 가보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사실 여행가는 것과 버릇없는 학생들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10시 20분에 도착하니 40분 우등고속이 있단다. 3000원쯤 더 비싼 우등... 좀 아깝기도 했는데 편안한 좌석에 기분 좋게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보는 산들은 예쁘게 물이 들어있었고, 풍경이 아기자기 예쁜 곳이 많아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위에서 보는 것과 아래에서 보는 것은 다르므로 실제로 국도로 가서 사진을 찍는다해도 지금 보는 이 풍경은 나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아쉽기가 그지 없었다.(그렇다고 고속도로에서 내려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강릉에 도착한 시간은 1시 55분. 정동진행 버스를 타려고 갔더니 109번 버스는 매 시간있는 게 아니었다!!!!!!!!!!!!!! 인터넷정보 미워!!!! 1시 55분 버스가 가면 3시55분까지 버스가 없단다..OTL.... 어찌할까~고민하다가 저번에 갔던대로 기차로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강릉역행 202번 버스에 생각없이 탑승....
 근데 가는 길이 영~ 아닌거다. 그러고보니 버스가 시내행이 아니라 경포행버스였다....헐.... 경포대까지 또 갈까~했으나 이미 2번 가본 곳이고... 별로 사람들도 없을 듯하여 그냥 오죽헌에서 내려버렸다.


   3000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간 오죽헌은 나름 축제에 공사중이었다. (한마디로 산만했다는 뜻) 조폐공사 촬영장소 앞에는 떡허니 무대를 설치해놓고... 킁... 그래도 특별전시회를 볼 수 있어 조금 나았지만....
 휘리릭 둘러보고 다시 강릉행 버스를 탔다. 같은 지점에서 내려 다시 30여분을 기달려 드디어 정동진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시내버스는 1100원인데 좌석이라 1450원이다)

 자다가 깨니 버스에 탔던 한 명이 기사분께 여기서 내리면 되냐고 묻는게 보였다. 허둥지둥 따라 내리니 정동진역 정류장. 어디가 어딘지 대충 분간은 되는데... 동네 분위기는 영 아니올시다....
 
 역 앞은 한층 어수선해지고 답답해보였다. 정동진역사를 들여다보니 입장료는 여전히 있었다. 500원. 안들어가고 만다. 느느
 예전 기억을 되살려 해변마을 쪽으로 향했다. 가다보니 중간에 굴다리가 뚫려있다. 하하하...

 굴다리를 통해 해변으로가니 정동진역이 바로 보였다. 하지만 모래가 많이 깎여나간 탓에 바로 앞에 방파제를 잔뜩 쌓아놓은 게 안돼보였다. 몇 년 지나면 심각할 정도가 될 듯도 싶다....

  날씨는 환상이었다. 바닷가 구경을 하며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마을로 향했다.


 모래시계공원에 잠시 들러 사진을 찍었다. 노을이 근사하게 지고 있어서 기분도 푸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디에 숙소를 정할까~하다가 그냥 근처에 있는 모텔로 숙소를 잡았다. 저녁은 라면과 삼각김밥...ㅡㅡ;;;;; 저녁을 먹고 다시 카메라를 들고 바닷가에 나갔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하지만 너무 추워 금방 들어오고 말았다. (나름 많이 끼어입고 갔다고 생각했는데..ㅡㅡ;;)


 가져간 책이 너무 재미있어 1시까지 잠을 안자버렸다.(버스에서 너무 잔 탓도 있겠지) 알람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6시10분. 넉넉하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일출시간에 늦을 뻔 했다.(솔직히 말하자면 한 5분쯤 늦었다;;;;;)

 정동진의 일출보는 곳은 크게 나누어 두군데이다. 하나는 정동진 역 바로 앞. (혹은 그 앞의 바위) 그리고 하나는 마을 근처의 방파제 근처. 지난 기억으론 방파제 근처가 더 나은 듯 했기에 그리로 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키를 이용하여(쿨럭)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해가 떠올랐다.


  완전히 개인 날은 아니었지만 오메가 비슷한 것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은 일출을 보자마자 기념사진을 찍더니만 뿔뿔이 흩어졌다.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 "저게 뭐야."라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로 어린 학생들이었는데... 예전의 나도 있었던 것 같다. 매일 뜨는 해를 기어이 보겠다고 차비들이고 시간들여 찾아가는 것이... 좀 이해가 안되던 시절이.(차라리 그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지...ㅡㅡ)  하지만 그 핑계로 갇힌 공간을 떠나서 떠오르는 해에 답답함을 태워버리는 기쁨을 알게 되는 시절이 그들에게도 오겠지. 불쌍하게 생각해야...하나?

 사람들이 떠나고 난 해변가를 어슬렁거리며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자, 이제 시간을 어찌 보낼 것인가....

 사실 정동진을 여행지로 삼은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몇 번 여행한 곳이라 익숙하다는 점. 워낙 유명한 여행지라 밤에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저번처럼 흉한 꼴은 안 볼 것이라는 점.(저번에 혼자 무박으로 왔을 땐 패싸움을 보면서 겁에 질려버렸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 위해 혼자 와 본 여행지였다는 점.
 사실 예전에 사진 찍었던 곳을 다시 가서 어찌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예전의 기억을 밟아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바깥쪽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게 변한데 비해 안 쪽은 그리 많이 변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더 깨끗해지고 집들이 바뀌기는 했지만서도...



 동네 뒤로 돌아가 논 쪽길을 걷다가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환갑이 넘으셨다는 이 분은 인터넷에서 사진을 너무 잘 보고 계신다고 했다. 일부러 tv에 연결하여 사진들을 본다고. 그래서 드라마 볼 시간도 없다고. 사진을 본 다음부턴 산책할 때도 주변을 살피느라 빨리 걷지도 못한다고. "그럼 카메라를 하나 구입하셔야겠네요."했더니 건강이 좋지 않아 사진 찍으러 다니기는 힘드시단다.
 당신은 인터넷을 할 줄 몰라 사진작가분들께 감사도 못드린다고, 그래서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는 반가와서 말을 거셨다고 했다. 사진찍는 사람들은  서로를 다 잘 알것이라고 생각하신 듯 하였는데, 너무 좋아하시길래 대신 인사라도 전해볼까 어느 사이트에서 사진을 보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셨다. 아마 네이버인 듯 한데.... 꼬치꼬치 캐묻기도 그러하여 그냥 웃으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여행지에서 지역사람을 만나 얘기를 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뭐랄까.. 진짜 여행한 맛이 난달까? 후후후....



 그리고.. 보고 싶었던 그 장소에 도착했다. '악몽'이라고 이름 붙였던 사진을 찍었던 곳. 세월도 다르고 계절도 달라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보니 반갑기는 했다.


  동네를 한 바퀴 돌자 피곤이 몰려왔다. 좀 추운 숙소에서 편히 자지 못한 탓일까? 처음 계획했던대로 심곡으로 갈까... 아니면 헌화로를 걸어볼까...고민을 하다가 그냥 집에 돌아오기로 해버렸다. 예전에는 그래도 배라도 탔었는데 ...흠.... 환선굴에 또 갈 것도 아니고(2번이나 가 봤다), 걷기는 피곤하고... 역시 게으름은 아무도 못말린다. 
 기차를 타고 가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6시간의 영동선 기차여행은 사실 고문이다. 허리가 남아날리가 없다....해서 다시 강릉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을 찾아 헤매다가 정동농협 쪽에 버스 정류장이 있길래 생각없이 버스를 기다리다 그래도 또 혹시 몰라 관광안내전화에 문의를 했다. (033) 1330. 강릉가는 버스를 물으니 10분 후에 정동진역 정류장에 버스가 온단다. 그런데 그 버스 놓치면 또 2시간동안 버스가 없다고한다. 헉... 놀라 정류장까지 뛰었다.

 분명히 여기서 어제 내렸는데 왜 그리 찾기가 힘드었던 것일까...ㅡㅡ;;;; 암튼 버스를 타고 정신없이 자다가 강릉버스터미널에 도착. 시간은 40분쯤 걸린 듯 하다.

 20분후에 우등버스에 올라타고 서울로 향했다. 산을 넘노라니 귀가 먹먹~해졌다. 밖을 보니 멀리 대관령 풍력발전기들이 보였다.

 이 높이니 귀가 먹먹하지.. 흠....

 돌아오는 길에는 뒷자석에 앉은 아주머니와 좀 신경전이 있었다. 다리 밑에 짐을 잔뜩 쌓아두고는 나보고 의자를 재끼지 말라며 신경질을 내는 것이다. 깜짝놀라 의자를 당기고 휴게소까지 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듯하여 차라리 좌석을 바꾸자고 했더니만 나보고 뒤에 가서 빈자리에 앉으란다. 허허허허... 그러려면 자기가 가서 앉을 것이지...(휴게소에서도 뭔가를 잔뜩 사서 올라타시더만)  열받아서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랬더니 오는 내내 의자를 발로 민다...(하지만 그것도 무시해버렸다) 정말이지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차를 뽑고싶어진다..... 재미있는 건 그 와중에 내 앞좌석에 있던 아저씨, 이야기소리에 놀라서 의자를 당겨 눕지도 못하셨다는 거.... 소심하시긴...^^;;;;;

  산을 넘으면서 하늘이 흐려졌다. 서울에 도착해 잠을 깨보니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3시. 10시에 출발하였으니 5시간이 걸린셈이다.

 
 계산을 해보면 차에 탄 시간만 11시간(삽질한 탓도 있음)쯤. 실제로 관광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건 3~4시간도 안되는 셈이다. 무지무지 비경제적인 여행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무척 즐거웠다. 마음에 드는 사진도 건질 수 있었고 말이다.(사진은 천천히 올려볼 예정. 한동안 곶감 빼먹듯 천천히 음미해야지..후후후)
 그리고 무엇보다 비록 여전히 헤매는 길치이긴하지만 혼자 여행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무시할 수 있는 깡다구도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고.(나이가 드니 이런 것만 느는구나;;;) 그리고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알 수 있었다.


  다음 나홀로 여행이 언제가 될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과 하는 여행과는 다른 느낌의 나홀로여행. 그 나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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