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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두물머리 다녀오기(양수역)

라온그리메 2009. 1. 9. 19:09
양수역가는 법  링크 http://timeofwind.tistory.com/202


 지하철이 개통되었으니  해 뜨는 시간이 일러지기 전에 두물머리에 다녀오라는 어떤 분의 글을 본 후 두물머리에 다녀오고 싶어졌다. 하지만 맘 먹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과 이래저래 부담스러울 일정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다녀왔다.

 만약 안다녀왔다면... 다녀올 때까지 새벽 4시에 울려대는 라디오 자명종소리를 들어야 했으리라;;;

 

 5시가 조금 안되는 시간.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원래는 신용산역으로 가서 택시로 이촌에 갈 생각이었는데, 이러저러하다보니 노량진역에서 내려 용산역으로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보니 40~50대 아주머니들이 무척 많았다. 이른 시간인데... 일터로 향하시는 그분들을 보노라니 놀라가는 나와 비교가 되어 좀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람 없는 노량진 역에서 용산역으로 향했다.


 
 용산역에 도착하니 역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항상 북적거리는 역사를 보다 텅 빈 역사를 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표를 보니... 헉... 양수가는 열차는 6시가 훨씬 넘어야 오는 것이 아닌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떻게 해야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덕소행 열차를 집어 탔다. 거기까지 가면 무슨 수가 나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탄 칸에는 사람이 없어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물론 사람들이 타고 난 후에는 멈췄지만.(당연하잖아?) 대부분 일터로 나가는 어르신분들이었다. 
 어두운 풍경을 가르며 열차는 처음보는 낯선 역 사이를 달렸다. 바깥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밖은 그저 깜깜할 따름이었다.




  도착한 덕소역. 열차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용산가는 열차가 서는 곳. 난감했다. '그냥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거리도 거리고 낯선 곳이라 택시는 꺼려졌다.
 역사로 올라가니 국수방면 열차가 서는 곳은 따로 있었다. 한참 기다려야하나~했는데 예상 외로 금방 도착하는 열차. 응?
 알고보니... 내가 봤던 시간표는 작년 것이었던 것이다. 헐...

 여기서 참고 하나. 현재 지하철역사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표들은 국수방면 노선이 개통되기 전인(지금도 완전 개통은 아니지만) 작년 것이 대부분이다. 시간표 보고 좌절하지 말 것.


 
 양수역에 도착해 1번출구로 나왔다. 밖은 깜깜했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뜨는 것을 본다고 어느 정도 훤할 것을 예상했던 나로서는 어둡기 그지없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나와서 보니 온통 공사판.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안되는 상태에서 얼핏 봐두었던 지도를 떠올리며 길을 걸었다.


<이 사진은 돌아오면서 찍은 역의 바로 앞길. 살벌하지 않은가;;;>
 

  한참을 걷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잘못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사람하나 없는 낯선 길. 순간 떠오른 것은 내가 길치라는 것. 길을 못찾아 몇시간이고 헤매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내가 미쳤지~'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일단 계속 가보기는 하자고 걸었다.
 
 1번출구로 나왔으면 삼거리까지 무조건 전진할 것. 어둡다고 겁먹지 말고....(아니, 그건 선택사항임)


  다행스럽게도... 걷다보니 세미원 입구가 보였다. 그제서야 길을 제대로 들었음을 알게 되어서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7시. 해 뜨는 시각이 30분 정도라고 했던가? 거리가 한 1km쯤 되는 걸로 기억했기 때문에 걸음이 빨라졌다.

 
 드디어 도착한 두물머리. 생각했던 것보단 별로였다. 뭐.. .원래 사진이란 것이 환상만 키워주는 것이니 당연한 얘기겠지. 어슴푸레 밝아오는 하늘.... 드는 생각은 한가지였다. '이거 해 뜨는 거야? 뭔 구름이 저리 많아?' 


 
 양수리 물은 꽁꽁 얼어있었고, 얼음 위는 지저분했다. 흥... 실망. 날씨는 흐렸고, 전망은 뿌옇게 보였다. 에잉... 무겁게 가져간 삼각대는 별 소용이 없었다. (낮사용 포서드에는 삼각대가 필요없는 걸 자꾸 잊는다. 하하하;;;)


 
 나 말고도 사진찍으러 나온 분들이 한 네댓분 있었다. 다들 백통같은 거대렌즈. 항상 그렇지만 출사 나가면 큰 카메라들에 주눅이 들곤한다. 왜 그럴까? 이런 내가 한심스럽네. 아무튼... 주변에는 연밭이었던 곳들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서리를 얹고 있는 스러진 연잎들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으며 해뜨기를 기다리는데....

 7시 30분이 되어도 해가 뜰 생각을 안하는 거다...OTL

 동쪽을 정면으로 막고 있는 산 때문이기도 했고, 그 앞의 구름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몇 사람이 철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 미련이 남았는지 계속 어슬렁거렸다. 그리고...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드디어 해가 떴다. 헐...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여유있게 나와도 되는건데.... (우드득)


  두물머리는 동쪽으로 산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해뜨는 시간이 늦다.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겨울철의 경우 15~30분 정도의 여유는 있어 보인다.




  얼음판에 살짝 들어도 가보고, 갈대와 억새도 찍고... 이래저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점점 곱아오는 손의 통증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되돌아 걸어나왔다.




 
 따뜻한 계절이었다면 정겨웠을 강둑 풍경은 겨울의 살풍경으로 바뀌어있었다. 얼어붙어버린 조각배들과 비어있는 비닐하우스, 군데군데 놓여있던 망가진 의자들도 썰렁함을 더해주었다.

 
 돌아나오면서... 집으로 곧장 가야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다가 버스정류장쪽으로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카메라를 오리털파카에 넣고 있으니 배가 불룩나와서 임산부처럼 보였다. (캬캬캬;;;;;) 사람들이 흘끔흘끔... 뭘봐요? 배나온 사람 처음보나?





 돌아오면서 찍은 양수역 주변 풍경. 역세권이라고 보기엔 참 살풍경하다. 사실 해가 없을 땐 보이는 게 모텔 네온간판 뿐이어서 더 그렇다. 여기 저기 파헤쳐서 공사중. 대부분의 가게는 11시 개장.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시골풍경.
 아마 2년쯤 지나면 이곳도 다른 곳들처럼 몰라보게 변해있겠지.



 양수역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지하철 역사들은 참 개성이 없다. (돈을 덕지덕지 바른 강남권 역사들은 제외) 좀 개성있고 아름답게 만들면 안되나?



 
역사에 올라가니 누군가가 (아마도 담배를 피우기 위해) 열어둔 옥상 창문이 있었다. 잠시 그 앞에서 전경을 찰칵.



 
 팔당역까지는 역시 나 혼자 타고갔다. 창밖풍경을 재미있게 찍었는데... 다른 손님이 타서 그만둬야했다. 중간중간 꽤나 긴 터널도 나왔고.. 창밖은 그다지 많이 특별할 게 없어서 좀 실망스러웠달까...

 사람들이 많이 타서 놀거리가 없어지자 잠이 들었다. 문가에 앉아서인지 찬바람에 나중엔 온 몸이 굳어버리는 듯했다. 별로 심각하게 안느꼈던 저체온증...끙....
 이촌역에서 내려 신용산역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오는데... 눈떠보니 집 앞이었다. 허허허...(못내릴 뻔 했다)

 집에 와서도 온 몸이 다 아파서 한참 끙끙거렸다. 사진은 한 250장쯤 찍은 듯한데.. 맘에 드는 건 연밭에서 찍은 거 몇장...;;

 찬바람이 들어서인지 관절마디마디가 아픈 게... 일러다 관절염이나 류마티스 걸리는 게 아닌지 몰라...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는데 한나절 쉬고나니 이제 좀 괜찮다. 부기도 빠졌고.

 영하4도에서 좀 돌아다닌다고 이 모양이니...(게다가 놀러다닌거잖아) 정말이지 약해빠졌다.


 혼자가는 출사가 다 그러하듯이... 생각은 많아지고 손과 몸은 느린 출사였다. 어쨌거나 하도 떨어서... 겨울엔 두물머리에 다시 갈 일은 없을 듯하다.  봄이나 되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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