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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뽈뽈/동유럽 2012

[체코]프라하-여행의 끝(bgm)

라온그리메 2012. 11. 17. 19:54



BGM 정보: http://heartbrea.kr/recommend/4034791


 

잠에서 덜 깬 멍한 머리로 숙소로 향했다. 조기입실을 미리 예약해놓은 터라 별 부담없이 갈 수 있었다.



숙소에서도 프라하성이 보이는 걸 그 때서야 알았다.








원래는 좀 멀리 구경을 나가려고 1일 교통권을 샀었는데, 잠결에 어디에다 넣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 그냥 근처만 돌아다녔다. (나중에 보니 카메라가방에 들어있었다;;)
















눈독들이고 있던 무하전시관에 갔다. 생각보다 협소했다... 나중에 보니 무하'박물관'은 다른 곳에 있었다. 흠...

그곳에서는 입구와 상점만 잠시 들렀는데 규모나 기념품은 이쪽보단 박물관 쪽이 나아 보였다.(그러나 주로 단체손님을 받는 듯한 느낌이;;)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을 걸아다니다 근처 명품거리에서 시간을 떼우느라 커피를 마셨다.(네스프레소 가게 있음)

8시에 시작하는 블랙라이트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시작 시간은 약간 놓쳐서 조금 늦게 들어갔다;;


Black Light Theatre (in Czech černé divadlo) or simply Black Theatre, is a theatrical performance style characterized by the use of black box theatre augmented by black light illusion. This form of theatre originated from Asia and can be found in many places around the world. It has become a speciality of Prague, where many theatres use it.[1]

The distinctive characteristics of "black theatre" are the use of black curtains, a darkened stage, and "black lighting" (UV light), paired with fluorescent costumes in order to create intricate visual illusions. This "black cabinet" technique was used by Georges Méliès, and by theatre revolutionary Stanislavsky. The technique, paired with the expressive artistry of dance, mime and acrobatics of the performers is able to create remarkable spectacles.[2]


http://en.wikipedia.org/wiki/Black_light_theatre


내가 본 공연은 일종의 모듬 공연 같은 것이었다.

너무 기대를 하였던지 살짝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나름 신선하기는 하였다.

특히 주연배우가 너무 의외였고 그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혹시라도 볼 사람들에게 미리니름이 될 수 있어서 더 적지는 않으련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공연장 안에서 사진을 찍게 해주었다.





공연을 보고 나온 밤의 구시가광장은 공연이 한창이었고,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앉아서 편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이 서울이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많이 떨어진 주택가(ㅠㅠ)이다보니 이런 모습들이 참 부러웠다.(광화문 나가려면 1시간 넘게 걸리는...하아...)





헝가리도 그렇지만 프라하도 밤에 불을 꺼놓지 않는 가게들이 많다. 놀러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겠지만, 사실 에너지 절약차원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빛이 없었다면 프라하의 밤은 정말 별로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체코 전역에서 보석상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호박과 가넷, 그리고 몰다바이트가 많이 보였다.(몰다바이트는 체스키크롬루프에서 특히 많이 팔았다.)

몰다바이트 같은 경우 몰다강에서 채취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보양이 그다지 예쁜 편은 아니었다.(내 기호에 안 맞음...;;;)


몰다바이트는 운석의 일종이라고 여겨진다.


http://endic.naver.com/enkrEntry.nhn?entryId=34e37b4db02340e3a85e8d608d0910a7


예전에 썼던 것처럼(썼었나?) 체코 가넷이 저렴하다는 말에 사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역시 싸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싼 것이지 가격 자체가 저렴한 것은 아니어서 아쉽게도 마음을 접었더랬다. 아마 좀 더 이쪽 보석에 대해 알고 갔더라면 몰다바이트 싼 거 정도는 사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이제서는 잠깐 해본다. (호박 가격은 원래 아니까 이미 pass)

















밤길을 걷다가 또 길을 잃고 말았다........(ㅈㄱㄹ)

문이 닫힌 가게들로 어둡고 사람없는 길을 헤매노라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아, 야광으로 지하철 가는 길이라도 안내해주면 안되나? 그럼 안되는 건가?



다음날 아침 어디를 갈까 헤매다가 스타벅스에 (또) 앉아 인터넷을 검색하다 문득 '공산주의 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다큐에서 본 기억이 나는 곳이고, 가볼 마음이 없던 곳은 아니었던지라(사실은 부다페스트의 동상모아놓은 곳이 가고 싶었는데, 거기는 외진 곳이라 포기)

그곳으로 향했다.




카지노라는 자본주의의 꽃(??)과 일부러 같은 건물에 만들어 놓은 공산주의 박물관. (공산주의라기 보다는 사회주의 박물관이 더 맞을 듯 하지만.)

문화적으로 억압받고 인간이 부품으로서 존재하던 시대의 암울한 모습을 담은 곳이었다.

주로 글로 된 설명이 많아서 패스패스...












바깥 쪽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을 소개하는 판넬들이 있었다.

앙상하게 야윈 북한 아이의 사진도 있었는데,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돌아나오는 길에 프라하의 봄과 관련된 다큐멘타리를 상영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걸 보면서도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체코가 천박한 자본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다고들 하지만, 아픈 시절을 우리처럼 쉽게 잊지만 않는다면 잘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지만 박물관 규모로 봐서는 그다지 떠올리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오는 길에 얀광장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동전을 다 털어줬다.








마지막으로 광장을 떠나며 지나만 다녔던 성당도 구경했다.




카프카 거리. 살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박물관을 조성하지 못했다고 했던가?




지나가다가 본 보도블럭 공사. 작은 돌들을 다 하나하나 들어내고 다시 꽂아 놓는 것에 좀 질렸다. 아스팔트보다야 보기는 좋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일테니까.



숙소에 가서 짐을 찾아 공항으로 향했다.

차를 타러 중앙역을 찾아갔는데, 첫날 보았던 낡은 건물이 실은 중앙역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하였다. 지하 상가가 화려(?)한 것에 비해 중앙역의 입구는 거미줄에 깨진 유리가 있었다. 그 때 '아, 아직 체코는 더 많이 돈을 벌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공부문에서 아직은 돈이 안되는 곳은 전혀 손을 못대고 있는 느낌이니.



공항버스를 한참 기다려 탔다.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가는 길에 멀어져가는 프라하시내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내 뒷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내가 마지막 기념이라고 연방 셀카사진을 찍어대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아는 척을 하며 '여기 봐라, 저기 봐라' 코치를 해주셨다. ㅋ





이 사진은 돌아온 후에서야 발견했다. 푸하하하;;;;;;;;;;;





프라하 공항은 여전히 협소하고 불편했다. 기다리기도 애매하고 마지막 대기실의 화장실은 겨우 한칸짜리...큼.


돌아오는 길에 무슨 영화를 봤었는지, 뭘 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없다. 잠도 거의 못자고 왔는데 왜 기억이 없을까?

그저 '비행기 안에서 자리에 앉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젊은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했던 것만 기억난다.(다리 아프고 몸이 배겨서 난 못참겠던데. 뒤에서 체조를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었다....(먼산))






그렇게 나의 15일 동유럽 자유여행은 끝이 났다. 돌아와서 한 두달은 그 때 이야기와 그 때기억으로 참 즐거웠지만 이젠 그새 시간 좀 지났다고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난생 처음 떠난 자유여행이었고,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많았고, 실망한 것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즐거웠다.

그리고 어쩐지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여행 다녀와서 나의 생각이나 생활태도가 좀 바뀌었다. 뭐랄까-좀 더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할라나? (이래서 여행을 하라고들 하나보다. 더 젊어서 했다면 더 좋았을걸)


재미있는 건 돌아와서 보름 넘게 시차 적응이 안되서 헤롱거렸는데, 그 때문인지 올해의 한달을 통째로 날린 기분이라는 거다. 지금도 11월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이고, 한달이 없어진 탓인지 올해는 시간이 정말 지나치게 빠르게 느껴진다. (한국이 가장 더울 때 여행했던 점은 매우 흐뭇하다.ㅋㅋㅋㅋ;;;)


다음 해외여행이 언제가 될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가 되든지 이번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서 더 즐거운 여행을 만들도록 노력해야지.